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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아나 Apr 06. 2024

항생제의 시작

중등 입학은 독했다.

3월 셋째 주 독한 기침감기와 고열에 걸린 녀석은 어째 조용하다가도 내가 지나가면 배에서부터 끌어올려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컬럭거렸다.  힘들었겠지. 스트레스도 많았겠지. 병원약 이틀 치엔 첫 항생제가 떡하니 들어있었다. 그렇다. 아이는 청소년으로서 본격적인 고군분투가 시작된 거다.


아이는 혼공 중이고 이름도 거창한 자기 주도공부로 생활한 지 2년쯤 되었다. 하루의 스케줄을 소화하느냐 반으로 줄여주나, 모두 쉬게 하나, 마음속 갈등이 널을 뛰었다. 그래 복습만 하자, 독서만 하자, 혼란스러울 첫 일주일은 그렇게 지내고 신경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셋째 주에 학교에서 전화가 왔고 아이는 초등 때도 없었던 첫 조퇴를 하고야 말았다.

열이 39.4도. 눈앞이 캄캄했다. 커다란 아이의  생전 처음 본 순간이라 더 그러했을 터. 병원에선  목이 아프긴 하지만 이유 없는 열이 오르면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우린 금토일  쉬어 보기로 했다.


비상이란 이런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비상인 것이다. 아들은 머리가 아프다고 난리고 난 시원한 걸 먹이려고 난리였다. 태어나 처음 크게 아픈 녀석. 

그렇게 하루가 지나 아이는 진정이 되고, 생전 처음 10반이 넘는 무리 속에 들어간 아이. 이제 시작인데 엄마인 내가 약해지고 있었다. 아이와 내가 같이 커간다는 걸 또 실감하며 반드시  견뎌내길 기도하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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