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던 네가 그걸 닮아 버렸어
(앞글과 이어집니다)
.. 그렇게 말없이 등교하고, 설마설마하며 믿고 있던 내 아들이 하교 때도 조용히 방으로 쏙 들어가는데, 순간 화가 나신 엄마가 무서워서 말을 걸지 못하던 나의 옛 모습들이 우박처럼 와르르 쏟아지고 있었다.
그랬다. 마음은 이미 엄마 곁에 달려간 지 오래지만 덩치에 안 맞게 소심했던 어린 나는 아무리 애써도 고쳐지지 않는 제 자신을 원망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커서 들은 얘긴데 엄마 역시 내가 고집을 버리고 엄마 잘못했어요 하며 싹싹하게 다가오길 언제나 기다리고 계셨단다. 그렇다. 그땐 오은영 박사님이 안 계셨다.
문지방 너머에 계신 내 엄마의 가녀린 목을 안고 엄마! 하면 될 것을. 그 용기 한 줌이 없었다. 그게 뭐라고..
지금의 나는 참 많이도 뻔뻔스러워졌고,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언제나 먼저 가서 철판 깔고 얘기할 수 있다. 잘났다..
지금 이 시간 똑 닮은 행동을 하고 있는 나의 2세의 속이 훤히 보인다.
침대와 물아일체인 갱년기의 이 몸은 후다닥 다가가 책상 앞 의자에서 어색하게 쉬고 있다가 똑바로 앉는 아이를 끌어안았다. 아들은 언제나 뻣뻣하다. 아가 때부터 딸처럼 포오옥 안겨오는 맛이 없다. 하교 후라 땀냄새도 난다.
너 발 씻었니? 앗, 이게 아닌데.
학교에서 별일 없었니? 애썼네. 오늘 기분 어때?
응, 괜찮아. 나 더워. 음료수 마실래
빨리 떨어지란 얘기다. 어쨌든 대화의 물꼬를 터줬으니 마음이 편해지긴 했을 거다. 등 한 번, 뒤통수 한 번 만져주고 돌아 나오며 내 엄마를 떠올렸다.
이런 내 속이 어디서 왔겠어.. 전부다 날 사랑하셨던 울 엄마한테서 온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