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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분카레 Dec 16. 2023

나이 묻지 맙시다!

Ep1

A가 B에게 묻는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60이요. 한국나이로 육십. A가 반응한다. 어머~ 저도 60인데, 우리 동갑이네요~ 옆에 있던 C가 B를 향해 말한다. 어머 60이나 되셨어요? 왜 이렇게 젊어보이세요? 라고 하자 A의 표정이 안 좋아진다.


동갑인 두 사람을 앉혀두고 한 사람에게만 유독 젊어 보인다는 멘트를 날리는 상황이다. 


Ep2

A는 앞에 앉은 B를 보며 생각한다. 나와 비슷한 연배라는데 얼굴의 팽팽함이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B는 시술이나 피부과 관리가 없이는 유지하기 힘들다며 거리낌이 없다. 오히려 관리 받는 여자임을 어필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주름을 펴주는 시술, 얼굴 톤을 환하게 하는 시술, 촉촉한 피부로 변신시켜주는 물광시술 게다가 집에서 관리하는 비법까지 죄다 공개한다. 


젊어 보이는 주된 요인인 피부 관리 비법을 전수받지만, 결국은 ‘그래도 타고난 걸거야’라며 못 올라갈 나무 쳐다보지 말자고 체념하는 상황이다. 


Ep3

“이래봬도 70이 넘었어요.”라고 하는 분은 주로 자신의 나이에 자부심을 갖는 분 혹은 젊어 보이는 외모에 자신감이 충만한 분이다. 이럴 때 보통 “어머 그렇게까지 안 보이세요”라고 응대를 한다. 진심어린 마음에 과장의 몸짓도 추가한다. 60대까지는 나이를 밝히는 것에 쭈볏쭈볏 하지만 70대 이후로는 주저함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삶이 고통이라는 한 세상을 70년 넘게 살아냈으니 주저할 일도 없을 것 같다. 


도서관 성인 프로그램에 참여 하시는 분은 2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하다. 주를 이루는 연령대는 단연코 4,50대이다. 구성원의 성격에 따라 나이를 까게 되는 시기 또한 다양하다. 타인의 나이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섞여 있다면 한두 번의 만남에도 가능하다. 난 이런 상황이 아직도 낯설고 껄끄럽다. 


영어모임에서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글쓰기 모임에서는 필명이나 부캐를 쓴다. 그 외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나이와 상관없이 00님이라고 호칭한다. 그러다보니 상대의 나이를 몰라도 결례를 범할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굳이 나이를 확인하고 일렬종대로 서열정리를 해야 직성에 풀리는 사람이 있다. 일전에는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왜 나이가 궁금하세요?” 실수하지 않으려고 그런다는데 별로 납득이 가지 않는 대답이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많은 사람들은 상대의 나이를 자신보다 많게 본다. 게임이 안 되는 초동안 외모일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상 그렇다. 


25년 전 어느 봄날 할머니를 모시고 나간 산책길이었다. 왜 하필 그 장면이 인상 깊게 박혔는지는 모른다. 노란 햇살을 품은 개나리가 드리워진 공원을 걷는데 할머니가 낮게 중얼거렸다. “마음만은 청춘인데” 이후로도 여러 곳, 여러 사람으로부터 같은 말을 들었어도 그날의 농도와는 비교가 안 되었다. 할머니의 말끝에서 묻어나오는 한탄 섞인 어조는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실제 나이와 마음의 나이 사이는 이토록 큰 갭이 존재한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마음만은 청춘’란 말은 눈밭의 발자국만큼이나 선명하게 다가올 것이다. 마음이 외모와 나란히 손을 잡고 나아가지 않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외모가 열심히 세월을 쫓아가는 사이 마음의 나이는 동요 없이 제 속도를 준수한다. 타인의 자글한 주름과 처진 살은 매순간 확인하지만  본인모습은 사진으로도 남기려 하지 않는다. 세월의 속도를 따르지 않는 마음은 여전히 청춘 언저리를 맴돌고 있으니 타인이 나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일은 어쩜 당연한 일이다. 


더 젊어 보인다고 밥 사줄 것도 아니고, 더 나이 들어 보인다고 특별우대 해 줄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냥 자기 식대로 서열 짓고 살면 그만이다. 모두가 본인의 마음나이를 따라 자기만족으로 살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할까. 그래서 나는 이렇게 외치고 싶다. ‘제발 나이 묻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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