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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분카레 Dec 23. 2023

무리지어 노는 아이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노는 풍경을 보기란 쉽지 않다. 누구는 학교 마치면 학원으로 직행하고, 누구는 방과 후 수업을 위해 남고, 누구는 집으로 향한다. 또 누구는 보호자 대동 없이 혼자 이곳 도서관으로 온다. 


부모의 보살핌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더욱 자유롭고 더욱 독립적이다. 자주 오는 친구들이 새로운 친구를 데려오기 하고, 제법 의젓하게 도서관 이용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엄마의 레이더망에서도 벗어난 이 시간이 휴대폰 게임을 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이자 최적의 타이밍이다. 그렇지만 우리도 호락호락 할 수만은 없다. 마을 공동체 구실을 하고 있으므로 도서관측에서도 아이들 기본적인 캐어는 필수이다. 집에서는 부모들이 철저하게 아이들 휴대폰 사용시간을 정해 두고 지도하는데 여기서도 그 연장선에 있어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휘어지지 않는 쇠막대처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자를 보내야 해요.', '엄마한테 전화해야 해요'라는 말들에 핑계거리가 섞인 줄 알지만 은근슬쩍 속아줄 때도 있다. 초등저학년들은 아직 휴대폰이 없는 아이들이 많다. 한 아이가 휴대폰을 가지고 잠시라도 틈새 게임을 활용할 경우 이내 벌떼처럼 모여들어 머리를 들이밀고 하나가 된다. 그 귀여운 모습들에 산통을 깨는 것도 못할 짓이다. 비록 휴대폰 게임이지만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이마저도 뿌듯하다. 저렇게 좋다는데, 저렇게 간절한데 조금만 시간을 줄까 하다가도 규칙이라는 굴레 안에서 나는 언제나 시험에 빠진다.


느슨한 엄격함과 빡빡한 자율성으로 그때그때 조율을 잘 해야만 한다. 아이들의 말재간에 꼼짝없이 당하지 않으려면 너무 엄격해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자율성을 주어서도 안 된다. 한 날은 좁은 공간이라 뛰면 안 된다고 했더니

“여기 놀이터잖아요. 그러니까 뛰어도 되죠”

“여기 놀이터 아니야~, 도서관이야”

“아니에요. 여기 놀이터에요.” 굳이 밖으로 나가더니 걸려있는 팻말을 가리키며

“봐바요. ‘책놀이터’라고 적혀 있잖아요”

나는 댓구 할 말을 잊었다.

‘요녀석들 그래 내가 졌다 졌어’


여럿이 둘러 앉아 보드게임을 하고, 체스게임에 둘러서서 훈수를 둔다. 오목놀이를 하다가 알까기로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학교 운동장에 가서 뛰어 놀다 들어와 숨을 고르고는 어느새 책 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시시각각 놀이가 바뀌고 관심이 옮겨지고 아이들의 시간은 초단위로 쪼개어진다. 아이들은 놀 때 가장 아이답다. 무엇보다 여럿이 협력해서 노는 모습이 보기 좋고, 독서에 빠져있는 시간은 더더욱 아름답다.


그렇게 두세 시간을 있다 보면 맡겨 놓기라도 한 듯 먹을 것 없냐고 아우성이다. 냉장고를 털고 내 가방 굴러다니는 사탕 하나까지 나눠먹지만 여전히 배고프다. 때로는 부모님들께서 아이들 간식거리를 한 박스씩 들여 줘도 쟁여두고 먹일 만큼은 못되어 늘 허덕인다. 같이 놀면 더 재밌고 더 배고프고 더 맛있다. 


아이들에게 더 귀한 공간이 되도록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서관을 알리고, 더 많은 후원 회원을 늘리고, 더 많은 수익사업들로 도서관 재정을 탄탄하게 만들어야겠다. (책)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책과 더 많이 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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