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자의 특권
요즘은
'휴직해서 오히려 참 좋다'
'애매하게 아프기보다 휴직할 만큼 많이 아파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휴직은 어쩌면, 교육공무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이 아닐까?
내 몸에 무리하게 놀거나 활동을 해도,
마음껏 아프고 쉴 시간이 주어진다.
물론 조금의 죄의식 없이!!!!!
사람들은 '질병 휴직을 했다'라고 알리고는
놀러 다니고, 대학원도 다니고,
이것저것 콘텐츠 만들기를 즐기는 내 모습을 보며,
휴직=노는 시간
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인간은 놀이를 통해 부족한 에너지를 충전한다는 이론도 존재하니 말이다!
하지만 휴직자의 일상을 살펴보면
꼭 그렇게 놀고만 있지는 않다.
사실 놀고만 싶은데 몸이 안 따라 준다...!
휴직자들의 몸 상태는 대부분 놀기에도 버겁다.
대한민국은 아픈 공무원에게 쉽게 휴직을 내어주지 않는다.
질병휴직을 승인한다는 것은 일상생활은 물론,
업무 자체가 아예 불가능할 정도의 상태란 것이다.
그래도 휴직자의 나날은 행복, 그리고 감사로
가득하다.
숨을 옥죄던 직무의 짐을 온전히 내려놓고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는 행복....!
쉬고 놀고 때로는 많이 아파도 오직 나만 신경 쓰며
마음껏 아플 수 있다는 감사함...!
힘겨운 임용고시 과정을 거쳐 임용되었지만,
오히려 공직자라는 짐만 안겨주었던 '교육공무원',
'공립유치원 교사'라는 자리가 준 유일한 특권으로
여겨질 정도다.
이 정도면 휴직 만족도 백 퍼센트.
휴직 8개월 차,
나는 아직도 약을 7알이나 먹고,
감약 시도조차도 도전해보지 못했다.
그래도 약으로 버텨 일상생활의 일부가 가능하니,
약으로 겨우 극단적 상황을 모면하던 휴직 초반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졌다:)
이제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고,
놀러도 다니고, 일주일에 두 번 대학원 수업도 간다.
'활동'이란 것을 하니 오히려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가끔은 내가 환자라는 사실을 잊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심각한 환자다.
그저 약이 제 기능을 다하고 있을 뿐,
하루 일과 사이사이에 누워서 쉬어야 하고,
한번 나가서 놀고 오는 날에는, 이틀을 꼬박 누워
아파야 한다.
간간히 울적함이 솟아오르는 날에는 여전히 그
무거운 무기력을 견뎌내야 하고,
무엇보다 세상이 무서워졌다.
아니다, 세상 '사람들'이 무서워졌다는 게 더 적합한
표현일까?
요 며칠도 날씨가 갑자기 훅 추워지는 바람에
도한증(수면 시 과한 식은땀을 흘리는 증상)이 도졌다.
평소 아무리 운동해도 땀이 나지 않는 체질인데,
몸이 많이 힘들거나, 체온의 변화가 급격할 때는
도한증에 시달리곤 한다.
이런 일이 생기면 이제는 재빠르게 눈치챈다.
"요 며칠은 무조건 쉬기만 해야겠다"
"과제, 영어강의, 독서, 영상 편집 모두 미뤄야지"
이렇게 스스로 내 컨디션을 '조절'하는 법을
몸소 아파보면서 터득 중이다.
내가 언제까지 휴직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한 시간으로 여기고
마음껏 아파보고, 쉬고, 공부하고,
그리고 누구보다 열심히 놀 거다:)
놀이와 경험은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최고의 배움이 틀림없으니....!
열심히 놀다가 아픔이 찾아오면 다 제치고 아프면 되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