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자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유치원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어떤 연령의 담임을 맡게 되더라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주제로 한 놀이나 활동을
매년 해왔다!
아이들의 대한민국의 사계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지만 정작 교사인 나는 계절을 느낄 새가 없었다.
특히 요즘은 너무나 짧게 스쳐가는
봄과 가을은 정말 '코 끝'에 스치고 떠나곤 했다.
휴직을 하고서 "내가 그동안 이걸 놓치고 살았다니"
하고 아쉬움을 느꼈던 것들 중 하나도 계절이었다.
잠을 오래 자지 못하니 빨리 깨어나고,
아침을 향해 달려가는 늦은 새벽에 창 밖을 보는 게
일상이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사계절의 하늘은
조금씩 다른 모습이었다.
그제야 그동안의 내가 날짜 감각, 계절감각 없이
그저 유치원의 톱니바퀴 중 하나로 살았다는 걸!
부품처럼 살아온 덕에 나의 교사 시절에는
'유치원 교사'로서의 삶만 있고
'나'의 삶은 교사의 삶 뒤로 숨어버렸다는 걸!
한 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짧게 스쳐 지나간다는 봄과 가을도
'코 끝에 스치는'것이 아니라 '코 안으로 깊숙이'
느낄 수 있다는 게 휴직의 선물이었다.
계절별 명소를 굳이 찾아가지 않더라도
산책을 하며 바라보는 하늘,
병원 오가는 길에 스치는 바람,
하루하루 조금씩 달라지는 익숙한 풍경.
이렇게 몸소 계절을 느끼고 있다.
어느덧 짧았던 가을이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고
겨울이 우리 앞에 바짝 다가왔다.
3월에 휴직을 시작해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가올 겨울까지 짧게 끝날 줄 알았던
내 쉼의 시간은 벌써 일 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렇게 온몸 가득히 느껴지는 계절의 변화 덕에
내가 '정말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았음'을 깨달았다.
그건 바로
소중한 나의 하루, 소중한 내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