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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Nov 29. 2023

외국인이랑 같이 살면 영어가 늘어?

내 영어는 안 느는 거 같은데

외국인이랑, 캐네디언이랑 만난다고 하면 항상 물어보는 이야기가 여러 개가 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영어에 대한 이야기. '그럼 영어 많이 늘겠네' '영어로 소통이 잘 되긴 해?' '영어로 싸울 수 있어?' 등이다. 이런 이야기를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으면 귀엽다. 당연하지, 영어로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그 사람도 나랑 만나는 것 아니겠어? 외국인도 사람인데, 나랑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만은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더군다나 그는 여기 토론토에서 나고 자란 찐 토론토 토박이라 어릴 때부터 이런 인종/문화 다양성에 익숙한 사람이라 내가 동양인이라서, 한국에서 왔다고 그냥 궁금해하고 만날 사람이 아니야.라는 말을 하고 싶지만, 그런 말은 그냥 참고 '그럼, 근데 영어 느는 건 모르겠고, 내 남자친구 한국어는 늘더라.'라는 우스갯소리로 넘어가고는 한다.


같은 한국어를 하는 사람끼리도 싸우고, 서로의 말을 못 알아듣는 일이 태반인데, 영어라고 다를 일이 있나? 나는 글 하나하나, 쓰는 단어 하나하나에 예민한 편이다. 영어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영어도 그러는 거 보면(내가 영어를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거슬린다) 그냥 이건 내 성격이니, 하고 받아들이는 편이다. 내 남자친구랑도 함께 지낸 지 1년이 넘어가고 있고, 이제는 서로 대충 말해도 제대로 알아듣는 경우도 있고, 열심히 설명했지만 잘못 알아듣는 경우가 생겨서 누구 하나 기분 나쁜 채로 있는 경우도 있다. 외국인이랑 산다고 해서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그냥 사람 성향 차이이고, 나랑 얼마나 케미가 좋은지, 잘 맞는 사람인지에 따라서 또 달라지는 것 같다.


나는 영어로 사는데 문제는 없지만, 그렇다고 영어를 뛰어나게 잘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종종 공공기관 업무는 남자친구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그냥 그렇게 알음알음 지내고 있다. 물론 환경 특성상 외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영어가 활성화되는 건 맞지만, 그게 애써서 공부하지 않으면 실력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지는 모르겠다. 지금 상태로 한국에 가서 한국인들하고만 이야기하고 영어를 한 2년 정도만 쓰지 않아도 내 듣기 실력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그냥 그런 느낌으로 살고 있다. 기본 베이스가 없는 상태에서 만났더라면(만나주지도 않았겠지만) 아마 내가 엄청나게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을 테지만, 나는 그냥저냥 하는 영어인 상태로 왔기에 엄청나게 늘었다는 것은 모르겠다.


반면에 남자친구 한국어는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포기하지 마' '힘내' '삐쳤어' '편해' '안 편해' '안 멋져' '만나서 반갑습니다' '애교쟁이'와 같은 간단한 말들이지만, 할 줄 아는 한국어가 많아지고 있다. 옷장 앞에서 '뭐 입지...'하고 꿍얼거리는 내 말을 듣고는 다음 날 '모입찌'라고 이야기한다. 종종 '몰라 what to wear'하고 한국어랑 영어랑 섞어서 말하기도 한다. 물론 그의 한국어에 비해 내 영어가 훨씬 나은 것은 맞지만, 확실히 왕초보에서 초보로 뛰는 건 중수에서 고수로 올라가는 것보다 쉽다고 느껴진다(하 영어공부 해야 하는데). 


가끔은 영어로 부족한 말들이 있다. 그래도 나의 영어를 참아주고, 나를 참아주는 침착하고 다정하고 인내심 있는 사람이기에 언어 장벽을 넘어서 더 사랑할 수 있다. 퇴근하면 꼭 안아주고, 출근할 때 잘 다녀오라고 안아주고, 또 내 점심을 만들면서 그의 점심을 챙기고, 찬 밥이 아닌 갓 지은 밥을 주는, 영어도 중요하지만 이런 언어가 아닌 표현이 그와 나의 사랑을 더 깊게 만든다. 외국인과의 사랑은 한국인과의 사랑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이러한 사랑이 나를 더 키워주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결론은 영어가 느는지는 모르겠지만! 영어를 계속 써야 하는 환경이기에 조금 다듬어지는 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그의 한국어가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정도? 정치 문제나 복잡한 인생 이야기, 철학 이야기로 넘어가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더듬거리면서 이야기하지만 그러나 저러나 우리는 행복하다.

우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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