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남자친구와 사주 궁합
캐나다에도 첫눈이 내렸다. 이제는 첫눈을 누구와 어디서 함께 맞느냐가 더 이상 중요해지지 않은 나이. 단지 그냥 오늘도 그와 함께 눈을 뜨고, 그와 나를 위한 저녁을 하는 것이 감사하다고 느껴지는, 그런 겸손한 하루가 감사할 뿐이다. 첫눈을 함께 보지 못해 슬픈 마음이 드는 그런 애틋한 10대의 감성은 이제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함께 드라마를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해진다. 혼자서 눈을 맞고 혼자서 무언가를 할 수 있게끔 훌쩍 커버린 내가 좋아지는 시간들. 나이가 들면서 옆에 누가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나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는 이 시간들이 참 소중하다.
그러다 문득, 외국인이랑은 어떻게 사주를 볼까 궁금해져서 틀어낸 유튜브. 나는 아빠의 영향으로 늘 사주 보는 것을 즐겼고, 우연한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해 '도화도르' '이현왕'과 같은 사주 동영상들이 뜨기 시작했다. 나는 '화'와 '금'이 같은 비중으로 내 사주를 차지하고 있고, 내 남자친구는 '토'가 가득했다. 나는 '토'가 하나도 없었기에 그의 만세력은 내게 너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유튜브를 보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네이버 엑스퍼트를 켰다.
네이버 엑스퍼트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신년이 되기 전에 늘 이용하던 '사주풀이'. 나는 아빠도 종종 내 사주를 봐주기 때문에 사주에 대한 기본지식(?)은 어느 정도 있는 편이었고, 내 사주는 정말 무탈한 사주 그 자체이기 때문에 남자친구의 사주가 궁금해졌다. '점신'과 같은 어플로 내 궁금증을 해결하기엔 충분하지 않았다. 그냥 용하지 않더라도, 제너럴 리딩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졌기에 17,000원을 결제하고 그와의 사주 궁합을 봤다. 친구들에게 말하니 웃기다고 했지만, 궁금한데 어떡해. 음성으로 하기에는 콜 포비아인 내게 적합하지 않았기에 채팅으로 선택했고, 그렇게 나와 그의 궁합 20분을 위해 17,000원을 썼다.
역시 나는 내가 아는 나답게 남들에게 보이는 것을 좋아하고, 센스가 있고, 다재다능하고, 패션업이 잘 맞는다고 했지만, 인내가 부족해서 결과 지상주의라고 했다(정답, 성격 무지하게 급한 편). 그에 비해 남자친구는 '토'의 성향답게 의지할 수 있고 우직한 그런 사람이라고 알려주셨다. 둘의 합은 괜찮다고 했고, 남자친구를 소개하면 사주부터 볼 아빠 생각에 안도했다.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고, 친구처럼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사주라고 하니 괜스레 마음이 편해졌다. 남자친구가 외국인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남자친구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성향이 파악된다는 게 신기했다. 역시 사주는 통계학인 것 같다.
사람은 참 웃기다, 이런 게 뭐라고 괜히 이런 말을 들으니 더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다. 인정받은 느낌. 그와 결혼을 할지는 알 수 없으나, 내가 때때로 마음에 어두운 것들을 가지고 있을 때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다. 비로소 그의 옆에서 서로가 진정한 서로가 될 수 있는 그런 사이. 그런 우리 사이가 참 좋고 예쁘다.
그나저나, 외국인도 사주 볼 수 있다는 게 오늘의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