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에 관해서
내 친구들은 외국인 남자친구가 없는 애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그렇겠지만. 그래서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을 때 친구들에게 얘기하니, '캐나다 사람'이라고 하면 다 백인인 줄 아는 친구들이 많았다. 캐나다는 이민자로 이루어진 나라이기 때문에 영어를 못하는 중국인도 '캐나다 사람'이 될 수 있고, 같은 한국인이라도 '캐나다 사람' 일 수도, 백인인데 캐나다 사람이 아닌 경우도 많다. 그래서 어디 출신이냐고, 그래서 '진짜' 어디 출신이냐고 물어보는 게 실례가 된다. 면접을 볼 때도 나에게도 어떤 비자로 있는지, 영주권자인지, 혹은 시민권자인지 매우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편이다.
그럼에도 내 남자친구가 캐나다 사람이라고 얘기하면 대부분은 다 백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남자친구 사진을 보여주면 다들 '진짜' 백그라운드를 묻는다. '어디 사람이야?' '어디서 온 사람이야?'라고. 그래, 진짜 '백그라운드'를 물어보면 얘기해 줄게. 내 남자친구의 부모님은 필리핀에서 오신 이민 1세대이시고, 내 남자친구는 '필리핀계 캐나다 사람'이다. 그렇게 얘기하면 필리핀 어디 출신이냐고 묻는 친구들도 더러 있고, 필리핀어인 따갈로그어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그는 살면서 필리핀에 딱 1번 가본 소위 '필리핀 교포'이고, 자신의 문화를 부끄러워하며 컸기에 따갈로그어를 아예 하지 못하는, '영어 원어민'이다.
내가 캐나다에 오지 않았더라면 이해하지 못할 민족 다양성, 문화 다양성을 느끼면서 산다. 한국에 있었으면 나도 캐나다 사람 = 백인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개구리 올챙잇적 생각 못하고 내 친구들의 '무지함'에 불편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처음에는 이러쿵저러쿵 설명해 줬는데, 이제는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면 '한국인이야 외국인이야?'라고 물어보는 친구가 있으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그 뒤로 이어지는 '어느 나라 사람이야' '영어로 대화해?' '문화 차이는 없어?' '음식은 어떻게 먹어?' 등.. 그들에겐 한 번의 물음이지만 나는 여러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는다. 가끔은 귀찮고 피하고 싶은 질문들이지만 그냥 신기한가 보다, 하고 넘어가려 한다.
남자친구는 비록 여기서 태어난 'whtie wahsed'된 아시아인이지만, 그래도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기 때문에 언젠가 내 친구들과 함께 어설픈 한국어와 영어로 대화하는 날들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