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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Dec 27. 2023

캐나다 남자와 동거를 합니다

나는 이 캐나다 남자가 좋아요

그와 맞이하는 두 번째 크리스마스. 가끔은 혼자 있는 시간이 그리워질 때도 있고, 나 혼자 잠들던 넉넉한 퀸사이즈 침대는 그와 함께하니 너무도 작아졌다. 그리고는 함께 더 큰 곳으로 이사를 가자며, 이사를 가면 꼭 킹사이즈 침대를 사자고 미래를 함께 그려보는 사이가 되었다. 그는 나에게 운명이었을까? 혹은 그는 나의 결혼 상대가 될 사람인가? 와 같은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되는 20대 후반이 되었다. 아무래도 주변에서 이제 슬슬 결혼하기 때문이겠지.


함께 산지 1년이 넘었고, 처음에는 부끄럽게만 느껴지던 생리 현상이 이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서로 누구의 방귀소리가 더 웃기고 큰지 대결하기도 하고, 트림을 하면 박수를 쳐주거나 하이파이브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지, 나는 이런 편안함을 좋아했지. 나는 남자 앞에서 방귀를 참고 트림을 하느라 속트림 하는 법을 배우는 요조숙녀는 되지 못한다. 그래서 그와 함께하는 이 편해진 지난 1년이 나에게는 정말 소중하고, 또 감사하다.


다들 사랑의 스타일은 다르다고 하는데, 나는 내가 지향하는 이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사랑의 스타일을 퍽 좋아한다. 내 첫사랑도 5년을 만나 고등학생부터 20대 초반을 함께했고, 그 뒤엔 3년의 연애를 마쳤다. 나는 단기 연애는 할 줄 모르는, 익숙함에서 새로운 사랑을 계속해서 찾아내는 그런 스타일이다. 그래서 지금 내 곁에 함께 있는 캐나다 남자친구와의 미래도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지, 어떤 감정을 가지며 살아갈지 궁금해진다.


나와 너무나 닮은 이 캐나다 남자가 좋다. 사람들을 보며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 또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고,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나서서 도와주는 이 남자가. 내가 좋아하는 아기들, 강아지들을 보면 함께 귀여워할 줄 알아서, 그리고 본인의 가족을 잘 챙길 줄 아는 사람이라서, 내가 권유하는 것들은 한 번씩 다 해보는 사람이라서, 우리 가족들에게 벌써부터 잘해줘서 정말 좋다. 내가 만난 남자들 중 그가 처음으로 나와의 미래를 그리는 사람이어서 좋다. 물론 나이가 그럴 나이인 것 같기도 하지만, 나와의 미래를 꿈꿔주는 그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그가 언젠가 한국어 실력이 월등히 좋아져서 나의 글을 읽을 줄 아는 날이 오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둘 만의 사랑을 쌓아왔고, 앞으로 더 견고하게 쌓아 올릴 거니까.


많은 연애를 해본 건 아니지만 이 캐나다 남자를 만나면서 단 한 번도 헤어지면 어쩌나, 다른 여자를 만나면 어쩌나, 하는 이상한 상상이 들지 않는 것 보면, 우리는 퍽이나 잘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캐나다 남자랑 동거하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캐나다의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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