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an Jan 03. 2024

결혼식은 꼭 해야 하나요?

언니가 결혼 이야기를 시작했다

언니에게는 7년 동안 만난 남자친구가 있다. 그리고 그들이 곧 결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언니는 자신의 연애를 철저히 숨겨왔기에 우리 부모님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를 엄하게 키운 아빠는 이제야 '가족에게 툭 터놓지 못할 게 무엇이 있냐'라며 짜증 섞인 서운함을 내보였다. 참 웃기다 그때는 말도 못 하게 하고 이제 와서 왜 말을 안 했냐는 게. 아무튼, 결혼을 이야기하자마자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졌다. 결혼식을 원하지 않는 우리 언니와 '체면'을 살리고 싶은 우리 아빠. 다들 결혼식은 어른들 말을 듣는 것이 좋다고, 그래서 언니도 작게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나는 한국의 결혼식을 극도로 혐오하는 사람 중 하나로, 대체 그 보이는 '식'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1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을 위해서 몇 천만 원, 혹은 억 단위의 돈을 써야 하고, '식'만을 위한 다이어트, '식'만을 위한 피부관리. 그리고 다들 하는 말 '인생에 한 번뿐인 날'. 그렇다면 오늘 하루는 '인생에 한 번뿐인 날'이 아니란 말인가? 2024년 1월 3일은 인생에 한 번뿐인 게 아닌가? 내게는 모든 게 너무나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내가 늘 결혼식을 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면 '어른들 말 들어야 해' '뿌린 돈은 거둬야지'와 같은 진부하고 뻔한 조언(이라고 말하지만 간섭)을 듣고는 한다. 대체 저 말이 아닌 다른 말은 없나? '남들이 하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다들 예의라고 하는데 내가 평생 모르고 살았던 아빠의 친구, 아빠의 직원, 엄마의 계모임 아줌마들에게 예의? 내 눈엔 그냥 장사하는 걸로밖에 안 보인다.


결혼이 가족과의 화합이고 가족 간의 만남이라는 것은 동의하고 나 또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끼리 더욱 돈독하게 좋은 식사를 하고 싶은 내 마음은 언제나 '뿌린 돈은 거둬야지'와 같은 말로 묻힌다. 나는 결혼식에 아무런 로망도 없고,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다는 꿈도 없다. 내 몸은 평상시에, 언제나 건강한 몸으로 만들어 놓고 싶고, 평상시에 관리를 잘하고 싶지 '식'을 위한, 그 단 몇 시간만을 위한 투자는 하고 싶지 않다.


지금 남자친구가 있기에 자연스럽게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지만, 한국 결혼식만을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한국의 결혼식을 좋아하는 사람도, 로망이 있는 사람도 다 그대로 존중한다. 그래서 나 또한 결혼식을 하기 싫다는 마음을 존중받고 싶다. 나도 동거를 하고 있고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그냥 시청에 가서 혼인신고만 하고 살아도 아무렇지도 않은데, '여자들의 로망' '결혼식은 신부의 날'이라는 말로 자꾸 벼랑 끝으로 내몬다.


진부하다. 지루하고. 어리다고 뭘 모른다고(이제 어리지도 않다), 직접 그 상황이 되어봐야 안다고 말한다. 남들이 하기 때문에 헤어와 메이크업에 100만 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고, 웨딩홀은 축의금으로 내면 된다고 허허실실 웃는다. 어느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고, 누구한테 메이크업을 받았는지 궁금하지 않다. 웨딩홀 견적이 얼만지, 그 식장을 예약하기 위해 1년 반 전부터 투어를 다녔건 말건 궁금하지 않다.


나는 그냥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나의 사랑을 진심으로 축복받는, 그런 진실된 결혼식을 하고 싶을 뿐이다. 언니는 아빠가, 엄마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지만, 내가 결혼하게 되는 훗날에는 진심으로 축복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둘러싸여 행복한 날을 맞이할 수 있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