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빌빌 댈 바엔 혼자서 떳떳하게 살아
돈이 없으면 결혼도 못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20대 초반에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을 생각해야 하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으니 괜히 마음이 무겁고 부담스럽다. 집은 있어야 할 텐데, 내 소득으로는 어림도 없을 거고, 또 결혼은 해야 한다고 하니 마음 한편에 계속 짐처럼 남아있다.
나는 사실 남들이 하는 거 안 따라 해도 되는데 내년에 결혼하는 친구랑 얘기해 보면 할 일이 참 많다. 결혼식장, 드레스 투어, 스튜디오 계약, 혼주 예복, 예물, 예단, 신혼여행 예약 등. 일 년 조금 넘게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해야 한다는 친구의 말에 아찔해진다. 결혼식만 끝나면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결혼식 다음이 진짜 결혼 시작이라는 이미 유부녀가 된 친구의 말. 아찔하다.
난 지금 당장 결혼할 생각은 없지만 미래에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모든 게 너무 벅차게만 느껴진다. 물론 막상 그때가 닥쳐오고, 내가 정말 지금의 남자친구와 결혼하게 된다면 내 친구들이 하는 결혼식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모든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막막하고 무섭다. 그리고 돈이 없으면 결혼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드니, 더욱이 마음이 아프다.
나는 감사하게도 집에서 어느 정도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여력이 없는 친구의 결혼을 옆에서 보았기에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고 또 동시에 잔인한 일인지 안다. 시댁에 굽히고 들어가야 하는 일,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일, 시부모와의 갈등을 이야기하면 '그러게 그런 결혼은 왜 했어?'와 같은 비수 꽂히는 말들을 듣는다고 했다. 사랑만 있어도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모든 건 다 '돈'이다. 사랑도 돈이고 결혼도 돈이다. 부부 생활도 결국엔 돈이다. 돈이 부족해지면 예민해지고, 또 그 예민함으로 둘은 싸우고, 이 모든 것이 반복이라고 생각하니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돈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겠지.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누가 어느 예식장에서 결혼을 했고, 식대는 얼마이며, 축의금은 얼마를 냈고, 프러포즈는 어디서 어떻게 받았는지 경쟁처럼 쏟아놓는 말들이. 구질구질하게 살 바엔 혼자 사는 게 낫다는 말이 백 번 공감이 되면서도 과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그렇게 포기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따지는 게 많아지고 사랑하는 게 어려워진다는 말을 영원히 몰랐으면 좋았을걸, 하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