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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Dec 13. 2023

400 스퀘어피트, 230만 원의 월세

둘이서 그렇게 살아요

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자취해 본 곳이 바로 캐나다 토론토다. 400 스퀘어피트, 11평 남짓한 이 집에 처음으로 월세를 낼 때는 170만 원. 코로나가 나아지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230만 원까지 올랐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 남자친구가 들어오면서 나의 11평짜리 집은 너무나 작아졌다. 평생 방은 혼자서 써왔던 나, 한 침대 위에 다른 사람과 쓰질 못했던 내가 그와 함께 공간을 나누고 침대를 나눠 쓴다. 작년에는 이미 완납해 버린 나의 월세 덕분에 내 남자친구는 공짜로 지냈지만, 내년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다는 나의 말에 그와 함께 반을 함께 내기로 했다. 고맙게도.


나는 직장을 잃은 상태이기에 하루라도 빨리 직장을 잡아서 월세를 메꿔야 하는 상황이라 남자친구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이렇게 작은 공간에 230만 원이라는 월세를 내야 한다는 것도 가끔은 너무 짜증 난다. 늘 장난스럽게 이 정도 월세면 한국에서는 강남 좋은 오피스텔에 살 거라고 말하고는 하면서 이 상황을 무마시키고는 한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옆에 있어주는 덕분에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도 숨통을 조금 트일 수 있었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호구 소리를 들어가며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때도 남자친구가 막아주었다. 우리는 이렇게 작은 월세방에서 230만 원의 돈을 내고 있지만, 나름 행복한 연애를 하고 있다.


개인 공간 없이 어떻게 방 한 칸 딸린 11평짜리 집에서 함께 사나 싶었고, 가끔은 너무 불편해서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가도 현실에 부딪혀 좌절하지만 이렇게 지지고 볶고 행복하게 사는 거겠지. 늘 햇살만 드는 행복한 연애도 아니고 해결해야 할 것들이 넘쳐나지만 그래도 또 이렇게 하루하루 삽니다. 둘이서 그냥 그렇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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