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 급여, 너만은 피하려고 했는데

세상에 공짜가 어딨 나요

by Sean

마지막 출근 날, 상사는 내게 실업 급여를 미리 신청해 두라고 했다. 받기까지 한 달이 넘게 걸릴 수 있으니 미리 신청하라고 했던 그녀의 말을 뒤로하고 여러 개의 회사에서 인터뷰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종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나서 실업 급여를 신청하게 되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믿고 자랐고, 나는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실업 급여를 신청한다는 것이 싫었다.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나는 일할 수 있는데 정부에서 주는 돈을 받기보다는 일을 하는 편을 더 선호했다.


캐나다에서 실업 급여는 마지막 근무일로부터 한 달 이내에만 신청이 가능했는데, 나는 우연히도 딱 한 달째 되는 날 신청하게 되었다. 한 달 안에 일자리를 구해서 연말에는 다른 곳에서 따뜻하게 일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또 열심히 실업 급여 신청하는 방법을 알아내려고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서류를 받아내고 있는 내 모습이 웃겼다. 그들과 통화 후, 신청일 기준 28일 이후에나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 마지막 근무일에 신청했으면 지금쯤 받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 이중적 모습이 역겨웠다. 안 받고 싶다더니 또 아쉬우니까 찾는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럽고 싫었지만 '그럼 어떡하니, 먹고살아야 하는데'라고 합리화했다. '이렇게 됐으니 2월에 언니 놀러 와서 같이 놀 때까지 일 안 구해지면 좋겠다~'하는 가증스러운 생각도 들었다.


실업 급여를 처음 신청한 지 곧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심사를 받은 지도 곧 한 달이 다 지나가는데 연말이라 제시간에 들어올지는 모르겠다. 얼마가 들어오는지도 모르고, 실업 급여만 타면서 놀고 싶지도 않다. 모든 건 다 멘탈 싸움이라고 하는데 점점 기력을 잃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천성이 바쁘게 사는 걸 좋아하고 부지런한데 이렇게 매일 쉬려고 하니 좀이 쑤신다. 나가면 돈 써야 하고, 집에만 있으면 몸이 아프다. 해는 점점 짧아지고 날씨는 계속 안 좋아서 어느 날은 의욕이 올라왔다가 어느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고 싶다.


사람은 여유가 있어도 즐기지 못하고, 일을 시작하면 그만두고 싶다고 찡얼거린다. 나는 이 시기에 지금 여기서 어떻게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성질 급하고 인내심 바닥인 나에게 정말 힘든 2023년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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