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네가 거기에 있어?
캐나다 회사들도 슬슬 일을 하기 시작하는 건지, 아님 더 이상 일을 미룰 수 없는 탓인지, 지원했던 회사들에게서 슬슬 답장이 오기 시작한다. 어느 지원서는 채택이 안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긍정적으로 연락 온 곳은 4곳. 두 군데는 이미 1차 면접을 끝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한 군데는 내일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한 곳은 어제 스팸 메일함에서 발견했다.
내가 원하는 잡 타이틀이고, 본사가 집과 멀지 않고, 캐나다 안에서는 큰 회사이기 때문에 지원할 때도 '얘기나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지원했던 곳인데. 11일에 메일을 보낸 회사는 13일까지 포트폴리오를 보내달라고 했다. 내가 발견한 건 16일 밤이었다. 3일이나 지난 후에 포트폴리오를 보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백수를 벗어나고 싶었기에 답장을 보냈다. 하, 진짜 네가 왜 도대체 거기에 있냐?!
나한테 연락 줘서 고맙다고, 지금 발견해서 늦었지만 포트폴리오 보낸다,라는 짧은 메일과 함께 나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스팸 메일에 있는 걸 캡처해서 함께 보냈다.
아, 부디 나의 결백을 알고 나를 고려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 탓도 아니고, 그들 탓도 아닌 이 상황에 원망할 곳이 없는 것이 싫다. 나는 최대한 가능성을 넓혀놓고 싶기 때문에 어디든 인터뷰 기회가 있으면 잡고 싶다. 좋지 않은 회사라고 하더라도, 경험 쌓는 게 나쁜 일은 아니니까. 휴, 간절해지지 않고 싶은데 자꾸 간절해지는 모습이 싫다. 작은 기회 하나라도, 파트타임이라도 구하려고 아등바등하는 내 모습에, 침착하지 못한 모습이 못나 보인다. 20대 후반이면 그래도 조금 침착하고 조금 덜 흔들리는 멋진 어른이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20대 후반이라고 해도 아직 너무 흔들리고 아직 너무 약하다.
침착하자, 내가 일할 수 있는 곳은 있고, 어디든 나를 불러줄 수 있는 곳은 있을 거야. 이 와중에 낮은 연봉, 좋지 않은 복지가 아닌 곳은 가기 싫다고 생각하는 나는, 현명한 걸까 아니면 고집인 걸까. 해외에서 외국인으로서 일하면 다 참고 넘어가야 하는 걸까, 아니면 내 밥그릇은 지켜야 하는 걸까, 아직도 모르겠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게 맞는 거겠지?
브런치 연재가 쌓이는 것은 좋지만, 빨리 일을 구해서 그만 쓰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난 언제쯤 다시 캐나다 직장인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려나~ 다음 주에는, 다음 달에는 부디 이 연재가 끝날 수 있기를 바라며, 다시금 조용히 외쳐보는 파이팅.
아 모르겠다, 그래도 이렇게 회신받을 수 있는다는 것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