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지? 누구지?' 주차장, 엘리베이터, 아파트 뒷문, 공동 현관... 곳곳에서 기분 나쁜 눈총에 쏘였다.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지나치게 불쾌한 행동거지였다. 차라리 무슨 말이라도 하던가. 눈알 두 개로 나를 뚫어져라 야리는데 슬슬 인내심이 바닥났다. 송새댁 전투력 상승! 알고 보니 그녀는 문제의 윗윗집 여자였다.
작고 가녀리고 순둥이처럼 생긴 내가 만만해 보였겠지. (롸!!??)
침묵뿐인 엘리베이터 안에 나와 그녀가 자주 동승했다. 여자는 옆에 누가 있건 없건 시종전 눈싸움을 걸었다. 유치한 상황이 싫었지만 이젠 나도 똑같이 두 눈으로 레이저를 쐈다.
윗윗집 여자와 내가 조용한 전쟁을 벌이는 광경을 남편도 몇 차례 목격했다.
여자들의 기싸움에 숨 막혀하는 남편에게 "여보. 이건 내가 스스로 해결할게. 나를 믿고 빠져 있어 봐." 하고 강력하게 부탁했다. 잘 싸우지 않지만 한번 싸우면 지는 법을 모르는 송새댁. 그는 나를 잘 알았다.
윗집과 윗윗집이 나 하나를 두고 잡아먹을 듯 째려보고 편 먹기 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겉으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당차게 행동했지만 그들이 내게 가하는 층간소음과 심리적 압박은 어마무시했다. 토 나올 정도로 힘들고 외롭고 괴로운 시간들이었다.
나는 거울요법을 사용해 그저 똑같이 행동했다. (홀로 사납게 째려보는 연습도 했다. 푸하하.)
시비를 건 그녀가 눈을 피할 때까지 광기 어린 사람처럼 눈도 깜박이지 않았다.
내게 따졌으면 명백히 응해 줬을 것이고, 손찌검을 했다면 신고했을 것이다.
그러나 달린 눈으로만 소리 없이 욕을 하는 처사에 넌더리가 났다.
아파트 입구에만 들어서도 숨이 턱 막히고 승강기 이용도 꺼려졌다.
나와 윗윗집 여자는 거울 속에 비친 서로를 자주 이글이글 째려보았다. 다 큰 어른들이 참 유치뽕짝이었다!
내가 피하지 않고 끝까지 기싸움에 응했더니 언제부턴가 그녀가 먼저 눈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나도 곧장 졸렬한 싸움을 관뒀다.
나는 그저 알려 주고 싶었다. 너희로 인해 피해받는 이웃의 심정을 헤아릴 순 없을지언정, 이웃을 함부로 멸시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휴전이 선포된 시점은 내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면서였다.
나쁜 말은 일절 하지 않았다. 또박또박한 말투로 몇 가지 사실 확인을 했는데 그녀가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아니 도망쳤다.
못다 한 말을 하고자 현관에서 기다렸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간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후론 나를 만나도 못 본 척하는 윗윗집 그녀.
라운드 텐 종료. 송새댁 승리.
그러나 유치한 신경전은 끝났을지언정 층간소음은 계속됐다.
어른들은 보란 듯이 발망치를 찍어댔고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나는 힘을 과시하며 달려 다녔다.
신혼은 무슨. 버티는 것만이 삶의 과제였다.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자 남편과 함께 일주일 간 해외여행을 떠났다.
소음만이 나를 기다리는 외로운 집이 세상에서 제일 싫었다.
"탕진잼 만끽하고 스트레스 모두 떨쳐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가자."집을 떠나니 숨통이 확 트이고 몸의 찌뿌둥함도 말끔히 사라졌다.건강과도 직결되는 집의 중요성을 말해서 무엇하랴.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시간이 멈춰 버렸으면 싶었으나 바야흐로 입국 당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