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은 진태현 작은 테레비’라는 유튜브 채널을 좋아한다. 그곳에서 ‘정답은 없지만 우리가 같이 고민해 줄게’라는 제목의 영상을 접했다. 부제는 '임신과 출산 육아 그리고 두려움'. 나는 차를 홀짝이며 가벼운 마음으로 영상을 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채널에서 뽑힌 구독자의 사연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내 이야기였다.
“아이를 낳으려고 준비하다 보니 아이의 건강, 엄마로서 잘 해낼 수 있을지, 기분이 태도가 되어서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이런 문제로 잠도 못 자고 몇 개월째 걱정 중이에요. 어떻게 하면 이 걱정들을 날려버릴 수 있을까요?” 이런 내용의 고민이었는데 사연을 읽으면서 진태현 님이 자꾸 피식 웃으셨다. ‘하긴. 박시은 진태현 부부에게는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 내용이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들 부부 역시 똑같은 문제로 고민했었기에 사연자 분께 많은 공감이 된다고 했다. 진태현 님은 사는 것도 바빴고 연기자로서의 삶이 중요해서 아이가 두 번째 고민거리였던 때가 있었단다. 사실은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이외의 이야기도 들었다. 이들 부부는 누구보다도 준비된 엄마, 아빠로서 특별한 고민 없이 아이를 낳는 삶을 바랐을 거라 생각했다.
아이가 생기고, 잃어 보고 할 때마다 점점 더 간절히 아이를 원하게 되었다며 지금은 '그때 낳을 걸.' 이 말을 정말 많이 한다는 속내엔 내 마음도 찡했다. "아기를 실제로 품게 되면 그땐 고민거리가 더 이상 고민이 되지 않으니 일단 부부가 사랑하는 것에 집중하시고 아이가 축복처럼 온다면 아이에게 사랑을 주면 돼요." 그들의 조언에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우리 부부는 신혼기에 기억하기 싫을 만큼 너무나 힘든 나날들을 보냈다. 어마어마한 층간소음으로 인해 행복은커녕 집이 감옥이었다. 당시에 나는 소음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서 자주 아팠다. 당장 이사를 갈 수도 없는 형편이었기에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심신이 지쳐버린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아기를 갖는 것을 미뤄야 했다.
사는 것이 바쁘니 시간도 빠르게 흘렀다. 그래도 원한다면 언제든지 아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에 조급함은 없었다. 예상과 달리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고민과 생각이 많아졌다. ‘아기를 갖는 것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낳고 기르는 건 몇 배로 괴롭겠지.’ 임신과 육아는 위험 부담도 크고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데 꼭 그 길을 걸어야 할까라는 생각도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박시은 진태현 부부의 영상을 보면서 그간 머리가 터지도록 고민하고 걱정했던 문제들이 모두 정리되기 시작했다.
퇴근 후 남편이 오자마자 해당 영상을 함께 보자고 권유했다. “다 보고 나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나에게 말해 줘.” 남편은 그들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기 시작했다. 영상이 끝났을 때 그가 내게 말했다. “우리한테 하는 얘기네. 우리도 다시 노력해 보자."딩크부부로 살자는 결정은 일단 이렇게 일단락되었다.
이 영상을 통해 “아이는 자기가 먹을 것을 가지고 태어난다.”라는 옛말을 알게 되었다. 하나부터 백까지 걱정하고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아이는 자기가 먹을 것을 가지고 태어난단다! 아기를 원한다고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 '낳아. 말아?' 이 문제로 살면서 가장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우리 부부에게 꼭 필요했고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충분히 깊게 고심해 봤기 때문에 영상을 보고 난 후 우리에게 걸맞은 백 점짜리 선택을 내렸다.
어떤 미래를 맞든 이제는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끝내 포기해야 하는 때가 온다고 해도 괜찮다. 우리는 더욱 단단한 마음 상태로 둘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땐 '아이가 없는 삶은 왠지 낙오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다. 아이는 부모의 성공과 먼저 되고 나중 됨을 위해 태어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이시라."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나와 남편이 만났던 것처럼 모든 길에는 그분의 뜻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아등바등 지나치게 마음 쓰지 않으련다. 삶을 여행하면서 뜻대로 되지 않고 계획이 어긋날 때도 있지만 차선책을 즐기며 우리답게 살아갈 자신이 있다. 사랑만큼은 지지 않는 부부니까!
박시은 진태현 님의 조언은 늘 큰 도움이 된다. 나 또한 다른 분들께 작은 위로가 되는 글을 쓸 수 있기를.(동상이몽2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