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세스쏭작가 Jan 17. 2024

과즙미를 가진 사람입니까?

YES or YES

"남자들이 왜 어린 여자를 좋아하게?"

친구의 질문에 저마다 생각하는 답변을 하나씩 내놓았습니다.

"예쁘니까 좋아하겠지. 피부도 팽팽하고."

"건강한 이세를 가질 수 있으니까."

"어리면 좋은 거지 뭐."


화두를 던졌던 이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뗐습니다.

"아니야. 어린 여자들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래.

나이 든 사람들한테는 절대로 없는 분위기.

어린 여자들의 명랑하고 밝은 행동을 좋아하는 거래. 호응도 잘해주고 그런 거 있잖아."

반전이 있는 해설이었습니다.


'어린 여자들만 갖고 있는 분위기.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절대 없는 분위기라...'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전신거울에 비친 나를 가만히 습니다.

거울 속엔 이전에 비해 몹시 차분해진 한 여자가 서있었습니다. 어째 씩씩한 기운과 표정도 많이 사라진 것 같고요.


그로부터 또 많은 시간이 지나고 어딜 가든 늘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상 반복됐습니다. 대개 차분하고 조용한 사람들 틈에서 저는 여전히 밝고 튀는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명랑함과 활기 넘치는 성향을 억누르고 가리면서 지내왔습니다. 점차 풍부한 표정과 감탄 섞인 표현, 나만의 색깔은 어디에서도 튀지 않는 무채색이 되어 갔습니다.


그러다 아주 오랜만에 이십 대 초반부터 삼십 대 중반의 청년들이 교류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자기를 적당히 숨기는 저와 같은 사람들 틈에서 몇몇 어린 여성들의 매력이 주변을 환히 밝혔습니다.

잔을 빼고 있던 저는 그들이 내뿜는 생기발랄한 분위기에 압도되었습니다.

게다가 들은 귀가 아프도록 즐거운 비명을 자주 내뱉었습니다.

"꺙! 꺅! 우와. 꺄악."

귀가 따가울 만큼 즐겁고 경쾌한 웃음소리. 확실한 리액션. 흉내 낼 수 없는 느낌과 정취를 자랑하는 이십 대 초반의 여성들을 지켜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통통 튀는 표정과 몸짓에서 그야말로 인간 과즙미가 팡팡 분출됐습니다. 오빠님들의 눈에선 행복이 뚝뚝 떨어지더군요. 같은 여자가 봐도 사랑스럽고 귀여운데 남자들이 느끼기엔 오죽했을까요.

신나는 기분을 가감 없이 겉으로 드러내고 남의 이야기에 크게 호응하는 어린 친구들을 보니 외형적인 모습을 떠나 하나같이 매력적이고 좋은 기운이 넘쳤습니다.

그들의 싱그러운 과즙미에 홀딱 반했습니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어린 여성들의 분위기가 무엇을 뜻하는지 그제야 좀 알 것 같았습니다.


리액션 장인들을 만난 후 나를 돌아보았습니다. 이미 아는 이야기, 궁금하지 않은 말, 나와 상관없는 주제를 두고 대화할 때 나의 표정과 태도는 어떠했는가. 돌이키니 아차 싶었습니다. 상대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긍정적으로 호응하는 것은 나이 불문 모두에게나 가능한 영역인데 이를 놓치고 살습니다.

잘 듣는 귀와 훌륭한 대화습관을 갖춘 이는 이성은 물론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습니다. 그들은 상대의 인정욕을 채워 받아들여진다는 안정감이 들게 만듭니다. 무조건 목소리만 크고 호탕하게 웃는 것과는 아주 거리가 먼 얘기입니다.


반짝이는 눈에 생기 넘치는 미소를 지은  호의적으로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고 배길까요. 분위기메이커였 어린 여성들은 마치 모든 이야기를 처음 듣는 것처럼 즐거이 대화에 참여했습니다.

이와 반대로 무슨 말을 해도 '나 그거 아는데? 별거 아니네.'라는 식으로 냉소적인 반응을 일삼배님들계셨습니다. 그의 주변에는 칙칙함과 피로가득했습니다. 과연 우리 에는 오롯이 대화에 집중하며 좋은 기운을 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는지요.


과즙미가 0%인 사람들의 대화습관입니다.

-듣기보단 말을 하기에 급급하다.

-대화 중간중간 핸드폰을 확인하며 교감의 흐름을 끊는다.

-심사위원 같은 태도로 대화에 임하며 훈수 두기를 선호한다.


과즙미가 넘치는 사람들의 대화습관입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눈을 맞추며 대화에 집중한다.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적절한 호응으로 대화를 맛깔나게 만든다.


행동에서 상큼한 과즙미가 풍기는 사람들은 호기심과 공감의 언어를 적절하게 잘 사용합니다.

"그럴 줄 알았다."라는 말 대신 "그랬구나!"라는 공감의 언어를 씁니다.

"그래서?" 아닌 "정말로?"라는 반응으로 호기심을 표현합니다.

어린 여성들의 긍정적인 기운을 떠올리며 더 늦기 전에 마음과 눈빛을 생기 있게 가꾸니다.


외모는 없더라도 본래 지니고 있던 해맑음과 생기발랄함을 재현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모든 것들을 과거의 전유물로만 여기는 순간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라 빤한 소리를 반복하는 어른이 될 테니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도둑맞은 집중력을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상대를 향한 애정과 호기심이 있다면 누구든 특유의 사랑스러움을 발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장래희망: 하늘이 내린 향기를 가진 인간 천혜향
이전 05화 시그니처를 가진 연인이 되기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