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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Apr 23. 2024

물치실과 사랑에 빠지다

정가: 37,900원, 감정가: 39,000원

 치아도 세월 따라 모양새를 달리한다. 예전에는 전혀 음식물이 끼지 않았던 어금니가 당장 치실을 대령하라고 아우성을 친다. 치과에 가서 검진을 받은 결과 "이상 없습니다. 치실을 잘 사용하세요."라는 소견을 받았다. 치실만 잘 사용해도 치과에 갈 일이 없단다. 믿거나 말거나 속설이 어느 정도는 리가 있기에 일회용 치실을 꾸준히 사용했다.


 일회용 치실질은 힘 조절이 관건이다. 치실을 한 번에 깊이 넣 잇몸이 다칠 수 있다. 일회용 치실도 요긴하지만 '물치실어떨까?' 하는 아쉬움있었다.

 그러던 중에 남편과 마트에 갔다가 할인 중인 구강세정기를 발견했다.

 "어머. 여보. 구강세정기 말이야. 내가 예전부터 사고 싶어 했던 거 알지?" 나의 반려인은 아내가 물치실을 원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에게 말했던 적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이런 경우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는 잘 알았다.

 "그럼 사."


 구강세정기를 인터넷보다 삼 천 원이나 저렴한 가격으로 손에 넣었다. 그저 입문용으로 물치실을 경험해 보고자 별 기대 없이 구매했다. 옷이나 액세서리가 아닌 생활용품에 들이는 돈은 왜 그리 주저하게 되는지. 진즉에 구강세정기의 필요성을 인지했으나 결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구강 기구의 특성상 체험해 볼 수가 없고 내게 잘 맞는 제품인지도 알  없 구매를 미루고 미뤄 왔다.


 전원 충전 후 무선 구강세정기의 물통에 정량의 물을 채우고 전원 버튼을 꾹 눌렀다. "위잉." 작동 소리가 들리는데 얼른 물줄기가 나오지 않았다. '어? 물이 왜 안 나오지?' 유심히 확인하려던 찰나에 사나운 물줄기가 얼굴을 쐈다. 당황해서 재빨리 전원을 끄려다가 물따귀를 흠씬 맞았고 욕실 거울은 난장판이 되었다. 물살이 어찌나 따가운지 눈물이 찔끔 나왔다. 바보 같은 몰골을 가다듬고 다시 정조준 후 입속으로 물대포 발사. "위잉. 위잉. 촤악."


 물치실로 어금니 안쪽까지 꼼꼼하게 닦았더니 속이 다 후련했다. 단 한 번의 사용만으로도 말끔한 치아 세정력을 느낄 수 있었다. 사용 후기를 세 글자로 요약하자면 '잘 샀다.' 다섯 글자로 표현하자면 '진짜 잘 샀다.'이다.

 두 달 넘게 제품을 사용한 결과 구강세정기는 칫솔과 치약만큼이나 필수적인 양치질 메이트가 됐다. 기존 치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치아 전체를 청결히 관리할 수 있는 점이 특히 만족스러웠다. 개운함에 반해서 해외여행 갈 때도 챙겨 갈까 하는 고민을 했을 정도다.


 다양한 구매 후기를 보며 물의 용량, 배터리, 세기 등의 문제를 걱정했으나 사용엔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우려와 달리 배터리도 오래갔고 300ml의 용량 또한 일 회 양치질 양으로 충분했다. 더 크고 무거운 제품을 샀다면 손이 자주 가지 않았을 것 같다. 내게 딱 좋은 크기와 무게의 제품을 찾아서 다행이다. 일단 한번 사용이나 해 보자며 못 미더운 심정으로 구매한 제품은 기대 이상의 욕실 찐찐템이 되었다. 물치실로 이를 깨끗하게 닦고 나면 다이어트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늦은 저녁 군것질이 당길 때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는다. '물치실까지 모두 끝냈는데 꼭 먹어야겠니?' 답은 하나다. '안 먹고 안 할래.'


소유주 의견:

고민은 개운함만 늦출 뿐.

역시나 광고 아님.

미세스쏭작가의 욕실 찐찐템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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