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의 신분 세탁

십인분 인생 나가신다 1

by 미세스쏭작가

광고 기획자

어학원 컨설턴트

교육 강사

고시생

프리랜서

청소년 지도자

계약직 행정 직원

무기 계약직 행정 직원

작가

주부

이게 다 뭐냐고? 나라는 인간이 살아온 그리고 현재에도 진행 중인 이력들이다. 자그마치 열 번의 장렬한 도전이 있었다. 어디서 이런 용기와 체력이 나왔는지 아슬아슬하고 다양한 직장생활을 경험하면서 면접은 물론 처세술의 달인이 되었다. 다시 이십대로 돌아가라고 하면 한사코 손사래를 칠 만큼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다. 파란만장한 청춘을 표류하며 재미있는 일, 슬픈 일, 힘든 일 또한 유난히 많았다. 덕분에 물질보단 나만의 이야기를 많이 가진 그리고 탄탄한 내공을 쌓은 어른이 되었다. 슈퍼 을에서 벗어나 나(평범한 을)로 사는 방법, 자족하며 나답게 사는 방법을 쟁취했다. 개미처럼 살았으나 창고는 두둑이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돈으로는 결코 살 수 없는 것들을 얻었으니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은 참이다.


뭐든지 후회 없이 도전하고 경험해 보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남들은 직장에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직급을 달 때에도 나는 한 곳에서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급여나 직급에는 별 관심이 없고 도전하고 싶은 것들만 즐비한 청년. 편하고 안정적인 직장에 알레르기가 있는 이상한 청년으로 살면서 얻은 것은 일인분의 월급과 십인분의 자빠짐이었다. 언덕에서 자빠지고 평지에서도 고꾸라져 보니 겸손을 배울 수밖에 없었다. 다양한 인생을 몸소 체험하면서 열정 페이에 굶주리고 사람에게 자주 치이기도 했다. 반면 희비가 뒤섞인 사건들을 통해 인생 공부를 깊게 하면서 모난 부분이 제법 둥글게 깎이고 강단 있는 사람이 되었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고 쉬운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배울 점이 없는 사람 또한 없었다. 용기 있게 시도해 본 많은 것들이 내 삶의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평범하게 살지 못하는 사람 저요, 뭐든지 일단 부딪쳐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저요. 그런 인간이 바로 나였건만 남들의 속도와 시선을 신경 쓰느라 진정으로 나를 이해하고 다독여주지는 못했다. 많은 시간이 지나버렸지만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서툴렀던 이십 대의 나에게 뜨거운 응원가를 불러 주고 싶다. 브라보. 너는 너답게 잘살고 있구나.


꿈과는 정반대의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가. 직장에서 만난 빌런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퇴사를 고민하게 되는가. 괜찮다. 어차피 내일도 빌런은 당당하게 출근할 것이고 우린 월급을 위해 맞지 않는 일을 계속해나가야 한다. 인생은 끝도 없는 오르막길이라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답게 사는 인생이라도 질러보면 어떨까. 갑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우리는 덜 아프게 넘어지는 낙법을 배워야 한다. 왕년에 직장에서 괴롭힘 좀 당해 보면서 벼랑 끝에서 빌런과 함께 어울리며 나답게 사는 방법을 터득해 버렸다. 그때부터 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나는 남들에 비해 특별한 존재라 믿고 무던히 애썼지만 이제는 범함이 아닌 평범함에 감사하며 힘을 빼려고 노력한다. 고민과 애환을 품고 살기에 나다울 수 있는 거라고, 인생은 끝도 없는 오르막길이라고 오늘도 주문을 외운다. 그리고 이렇게 매일 글을 쓰며 살아있음을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