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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사람의 SNS를 보는 행동

이별 그 후

by 미세스쏭작가

"걔는 어떻게 지낸대? 잘 지낸대?"

"응. 여자친구가 예뻐서 미칠 지경이래. 곧 결혼 날짜 잡는다고 하더라."

"걔가 연애할 때 진짜 잘해 주거든. 그 여자는 좋겠다."


연애 상담을 자주 요청하던 언니가 있었습니다. 자신은 물론 남들의 연애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제게 다양한 연애사를 들려주었습니다. 결혼한 지 삼 년이 지난 친구가 있는데 여전히 과거 연인의 SNS를 염탐한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는 꽤나 독특했습니다. 전 연인의 SNS를 몰래 구경하는 것도 모자라 친구들과 모임을 할 때마다 과거 남자친구의 안부를 대놓고 묻는다니. 친구들은 그녀의 습성을 이젠 익숙하게 받아들인다고 했습니다. 만일 그녀의 남편이 지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면 어떤 감정을 맞닥뜨릴까요. 제가 그녀의 남편이라면 분노와 배신감을 느낄 것 같습니다. 그녀의 전 연인이라면 쓸데없는 관심에 부담을 느낄 것 같고요.


헤어진 사람의 SNS를 끊지 못하는 한 그녀는 끝내 기형적인 그리움을 떨쳐내지 못할 것입니다. SNS에 보면 모두가 연예인이고 여유롭고 잘난 행색입니다. 가장 멋지고 반짝거리는 모습을 선별하여 업로드하는 곳이 화면 너머의 SNS이지요. 없는 미련도 다시 소생시킬 수 있는 위험한 매개가 바로 SNS인 셈입니다.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매력적인 사진 한 장에 미화된 기억까지 범벅이 되고야 마는 SNS 염탐의 여파. 담배처럼 끊기 힘든 SNS 염탐질은 자신의 현재를 무익한 연기로 자욱하게 가릴 뿐입니다.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까지 작아 보이게 만들 수도 있고요. 이미 끝난 사랑의 잔재는 현재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한 자양분으로 태우는 데 써야 합니다.


자, 우리 눈을 감고 아래의 장면을 상상해 볼까요.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어렵사리 홀로 설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겨우 안정을 되찾았고 이제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습니다. 어느 날 집 밖을 거닐고자 아주 편안한 차림으로 대문을 열었습니다. 그때 앞집의 문이 벌컥 열리면서 누군가가 나옵니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어 보니 헤어진 연인이 서 있습니다.

단정하고 윤기 나는 피부에 예쁜 옷을 입은 그를 보니 무방비 상태로 다시 심장이 뜁니다. 이럴 수가. 나는 후줄근 한 차림에 화장도 안 하고 미처 꾸미지도 못 했는데 넌 여전히 멋지구나!


과거 연인의 SNS를 반복적으로 들여다보는 행위는 이와 비슷합니다. 헤어지기 전의 상태로 자꾸만 자신을 끌고 가면 득이 될 게 없습니다. '그는 잘 지낼까.', '모두 잊고 새로운 누군가를 만났을까?' 궁금증이 드는 것까지 원천 봉쇄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러한 호기심 중독에 대해 객관적으로 답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뭐? 잘 안 지내고 있으면 어떻게 할 건데. 잘 지내고 있으면 또 뭐가 달라지나. 일단 나부터 잘 지내야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을 잘 실천하면 때로 득이 됩니다. 나를 떠나간 사람이든 내가 놓아버린 인연이든 우린 커다란 고뇌 끝에 이별을 결심했습니다. 그러니 연이 끝나 버린 사람의 소식이 궁금할 때마다 자신의 안부부터 챙기고 볼 일입니다.

'난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지. 내 마음 상태는 어떤가.' 바깥으로 흐르는 관심을 나의 내면으로 길어 와서 조금씩 채워 줘야 합니다. 그토록 아픈 이별을 잘 견뎌낸 단단한 사람이 바로 나야. 과거에서 벗어나 찬란한 미래를 만들어 나갈 거야.


지난날 사랑했던 사람의 SNS를 뒤적거리는 행위는 작년 달력에서 오늘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저 또한 이별의 후폭풍에 비슷한 과오를 범했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SNS에 접속하는 것부터가 일입니다. 비밀번호를 몰라서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거든요. 현재에 충실하게 지내다 보니 타인의 소식이 궁금하지 않습니다. 내가 잘 사는 걸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지도 않게 되었지요. 과거의 모든 날을 합쳐도 결코 지금과 바꾸지 않을 만큼 행복합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습니다. 낡은 가죽 부대에 새 포도주를 담으면 제대로 발효되지 못하고 팽창하다 못해 낡은 가죽 부대가 터져 버립니다. 새 부대를 선택하는 건 전적으로 나 자신의 몫입니다. 흘러간 로맨스를 기억해서 득 보는 대상은 말보로(Marlboro) 담배의 회사 필립모리스이지 우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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