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학생이 왔어요?

오해받고 콧노래 부른 팔불출

by 미세스쏭작가

중요한 서류 제출일이 당도했다. 가까운 앞날에 누군가에게 적잖은 영향을 줄 서류를 꼬옥 부둥켜안고 발걸음을 향했다. 한 층을 내려가 왼쪽으로 코너를 돌아 긴 복도를 쭉 걷다 보니 목적지가 나왔다. 앞으로 두고두고 협업해야 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장소인지라 출입문을 열려고 하니 긴장 됐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인사를 꾸벅하고 초면의 담당자게에 서류를 내밀었다. 단발머리에 안경을 쓴 여성이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았다.

“왜 선생님이 안 오고 학생이 왔어요?” 상대방은 이 상황이 매우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당황한 나는 “아. 저는 학생이 아니고 직원입니다.”라고 나직이 답했다. 그녀는 깜짝 놀라며 “어머. 그랬구나. 미안해요.” 하며 사과를 건넸다. 곁에 있던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참나. 학생이라니. 내 나이가 몇인데. 째지는 기분을 숨기면서 미소를 완급 조절 하는 게 영 쉽지 않았다.


사무실을 빠져나오자마자 모르는 사람들을 붙잡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다. 힛. 하하. 룰루랄라. 학생이라니. 나더러 학생이라니! 기분 좋은 오해를 넙죽 받고서 그날 하루 종일 신바람 나는 마음으로 일했다.

이십 대 중반까진 어려 보인다는 소리가 그렇게 싫었는데 나도 이젠 진정한 아줌마가 된 게다. 이런 오해라면 환영할 수밖에.


왜 학생이 왔냐는 물음은 사실상 너희 담당자는 뭐 하길래 학생들이 수발들게 만드니?라는 의미가 섞여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좋은 건 좋은 거다. (팔불출...)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 오면 파릇파릇 더욱 생기 넘치는 상태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에 적응해 갈수록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푸른 새싹처럼 돋아나는 요즘이다. 지금처럼 감사하며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는 직장인 될 수 있기를. 이런 마음이 얼마나 갈지는 물론 모르겠다. 흠흠.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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