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수필
지난 4월 5일 우리 결혼기념일이라고 서울 사는 작은 애가 몬스테라 화분을 보내왔다. 손바닥만 한 화분에 작은 이파리가 딱 4개 달린 작은 몬스테라가 심겨있었다. 썩 반갑지는 않았다. 사내 둘을 키우면서 힘들었던 나는 뭘 키우는 게 싫었다. 키우다가 죽는 것도, 정 떼는 것도 싫었다. 열대어도, 화초도 다 남편이 키웠다. 거북이 두 마리는 작은 애가 키웠고. 그래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치킨이나 한 마리 보내주고 말지. 뭔 화분은.
몬스테라라서 더 그랬다. 큰아들이 몬스테라를 키우고 있는데 너무 빨리 자란다고, 감당이 안 될 정도라고 했던 게 생각나서이다.
남편은 일주일에 한 번 물을 주고 한 달에 한번 비료를 준다. 잊어버릴까 달력에 물과 비료 주는 날을 적어놓는다. 그리고 햇살이 들어오는 방향대로 화분을 돌려가며 키운다. 정말 잘 자란다. 몬스테라는 이 작은 화분에서 대를 아홉 개나 올리면서 이파리와 키를 키우고 있다.
남편은 자고 나면 자라고 또 자라는 몬스테라가 너무 기특한가 보다. 걸핏하면 줄자로 키를 재고 이파리 너비를 잰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잎사귀에 물방울이 생길 때는 눈물 흘린다고 신기해하면서 검색을 하고 그 이유를 알게 되면 날 불러 꼭 설명을 해준다. 분갈이는 언제 할까도 자꾸 묻는다. 허공으로 뿌리가 나오는 것의 처리여부도 묻는다. 나는 심드렁하게 답한다.
그냥 다 알아서 하셔.
요즘 남편은 몬스테라의 이름을 '엔젤테라'로 바꾸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몬스테라의 꽃말은 '기이하다'
그래서 몬스터를 따서 몬스테라일 거란다. 그건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남편의 말은 이렇다.
이파리가 위로 갈수록 크고 갈라지는 숫자가 많은 것은 맨 아래 이파리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란다. 햇빛을 받지 못할까 봐 많이 갈라져 그 틈새로 빛을 받게 하려는 거란다. 식물은 햇빛을 받으려고 서로 어긋나게 자란다고 하니 맞는 말이다.
게다가 저 좁은 집에서 물과 비료만 먹고 아무 불만 없이 저리 잘 자라는 게 볼수록 신기하고 착하단다. 동의한다.
그래서 괴물이 아니라 천사니까 엔젤테라라고 불러야 한다는 거다. 나는 몬스테라도 여태껏 몬스트라인줄 알았는데, 그래서 카스테라를 떠올리며 절대 잊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또 엔젤테라라니... 그래도 아, 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