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는 홍콩 배우의 주성치나 중국 배우인 이연걸 등이 나오는 중국 영화나 홍콩 영화를 좋아하셨다. 어린 시절에 같이 TV를 봤었기 때문에 <서유기>, <소림 축구>, <의천도룡기>, <황비홍> 등의 영화를 많이 봤다. 초등학교 시절에 보던 홍콩 영화를 보다가 주연 배우가 허공에서 마치 계단을 넘는 듯한 자세로 담을 넘는 걸 봤고 그 기술 이름이 '허공답보'라고 하는 걸 봤다. 그래서 '중국 무술을 배우면 하늘을 걸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시절에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와이어의 개념을 알리가 없었고 다 진짜 같았다.
중국 무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다 보니까 무협에도 관심을 갖게 되어서 열혈강호, 나우, 용비불패, 고수, 화산귀환 등의 무협 만화들도 많이 봤다. 만화를 보면서 환골탈태, 금강불괴, 주화입마, 허공섭물 등 각종 무협의 기술들이 나왔고 정말 저런 것들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었다. 만화에서 나오는 무공의 경지는 산이나 강까지 통째로 파괴하는 마법 같은 것과 같아서 그런 것들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견자단이 나오는 <도화선>이나 똑같이 견자단이 절권도를 쓰는 <엽문>이나 성룡이 나왔던 <취권>처럼 영화에서 산은 아니지만 벽돌을 깨는 정도의 무공이나 권투와 대등하게 싸우는 영화 속 장면들을 보며 무술 실력이 뛰어난 무림 고수라면 절권도나 용조수 정도는 실제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잘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현실에서 허공을 걷는 무공인 허공답보처럼 공중을 걸어다니거나 뛰어다니는 것이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일이기에 가능할리가 없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그것이 진실인지 아니면 거짓인지를 알지 못했고 무공이나 무술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그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주성치의 <쿵푸허슬>을 보면서 여래 신장이라는 무공으로 땅이나 건물을 날려버리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사람이 노력하면 땅을 접어서 걷는 축지법이나 하늘을 걷는 허공답보 정도는 노력하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무협 만화나 영화를 특별한 이유가 없이 보지 않고 있다가 그대로 잊고 살았다. 그러던 도중에 중국의 종합 격투기 선수인 '쉬샤오동'이 중국권법이 진짜 무술이 아니라며 종합격투기인 MMA로 중국의 고대 무술의 도장들을 격파하고 다니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면서 고대 중국 무협에 대한 환상을 버리게 되었다. 그러면서 처참히 패배하는 전통 무술의 대가들을 보면서 가지고 있던 중국 무공에 대한 환상은 완전히 깨지게 되었다. '무협이나 무공은 실제가 아니며 전투력에 도움이 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냥 육체와 정신을 단련하는 전통 문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배신감이 살짝 들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 과학적으로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된다. 수십 킬로그램의 인간이 공기라는 매질을 계단처럼 밟으면서 하늘을 올라간다거나 기물 즉, 하늘이 내린 힘을 가지고 있는 무기들이 각자 자아를 가지고 있고 사용자랑 소통을 하거나 자아를 잡아먹고 주인을 조종한다는 건 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우선 하늘이 내렸다에서 '하늘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것을 새로이 정의해야 한다.
공기로 가득 찬 허공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신을 뜻하는 것인가부터 바로 잡아야 이 기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니까 무기에게 인간이 조종당한다는 것은 예를 들어서 검으로 치면 검의 날로 되어있는 철이 어떠한 원리로 인간의 뇌와 동기화가 되고 있다는말인가? 그리고 수백 년 전에 중국에 어떤 무협의 대가가 내공이나 내력을 많이 쌓은 덕분에 삶을 수백 년을 살았다는 시절이 있었다는 전설도 있는데 전설은 전설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내공을 쌓아서 생명이 연장이 된다거나 늙을수록 더 근육이나 뼈가 강화된다는 게 사실이라면 당장 네이처에 논문으로 제출해서 이를 증명한 사람에게 노벨 생리학 및 의학상과 상금을 주고 생명 연장의 비법을 인류에게 공유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 무공을 배운 수많은 무술인들이 무공을 수련하는 도중에 그런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먹고 살기 위해서 애써 무시하고 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종합 격투기에 패배했어도 자신의 무공을 굳게 믿어서 깨닫지 못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서방이 과거에 식민지를 많이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인구의 수가 월등히 많아서가 아닌 실리주의에 입각한 총과 대포를 발명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썼기 때문이다. 물론 아편에 의한 이유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중국 고대 무공에 입각한 칼과 권법으로는 자신의 나라를 지키지 못했다. 서방이 아시아 대륙이나 아프리카 대륙을 쉽게 재패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공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검증되지 않은 믿음보다 무기 개발에 시간과 돈을 투자했기 때문이며 현실을 빨리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마치 독일이 세계 제 2차 대전에서 영국을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들을 압도했었던 이유가 독일에는 똑똑한 과학자들이 많았고 그로 인해서 개발된 액체 연료 미사일인 V2미사일을 개발해서 공격에 활용했기 때문이다. 마블사의 <토르 : 라그나로크>에서 오딘에 아들인 토르와 딸인 헬라가 서로 아스가르드의 궁전에서 싸울 때에 '현명한 왕은 전쟁을 일으키지 않지만, 항상 전쟁에 대비한다'라고 말했듯이 우리도 과학이나 군사 방어 체계 개발에 힘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건 누가 더 우위에 있나 무기 실험을 하지 말고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