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약 다이어리> 대체약으로 약 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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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이

제목 : 대체약으로 약 끊기


비교적 쉽게 끊은 약도 있었지만, 유독 끊기 어려운 약도 있었다. 몸속 약의 양이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었지만, 하루 반이 지나면 어김없이 부작용이 시작됐다. 그중에서도 파란색 알약은 마지막까지 나를 지긋지긋하게 괴롭혔다.


심한 어지럼증과 메스꺼움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다. 얼마나 심했냐면, 결국 부작용을 견디지 못하고 일과 중 병조퇴를 해야 할 정도였다.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 한 손으로는 배를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는 어디든 붙잡아야 겨우 서 있을 수 있었다.


약을 끊고 싶은 마음과 달리 매번 약을 다시 입에 털어 넣어야 하는 현실은 참 서글펐다. 우울증 약을 먹기 시작한 것도 억울했는데, 약을 끊는 게 먹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좌절했다.


그 좌절은 내 인생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복수심까지 불러일으켰다. ‘언제까지 나는 약에 종속되어야 하나’ 하는 자괴감은 덤이었다.

약을 털어 넣고, 버티고, 다시 털어 넣는 과정을 두 달 동안 반복했다. 막막했다. 약을 끊겠다는 의지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약을 먹는 건 내 의지로 가능한 일이었지만, 약을 끊는 건 내 의지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막막한 상황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다른 약으로 바꿔 끊을 수는 없을까?’

약국에 가면 소화제도 종류가 다양하고, 생리통 약도 가지각색이다. 그렇다면 내가 먹는 우울증 약도 한 종류만 있는 건 아닐 테고, 대체약이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다.


병원 상담 날이 찾아왔다. 나는 부작용이 너무 힘들다고, 어떻게 방법이 없냐고 물었다. 의사 선생님은 조금 더 지켜보자고 하셨지만, 나는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대체약이 없는지 여쭤봤다.

그러자 선생님이 말했다.


“그 방법도 있어요.”


순간 허무했다. 진작 알려주셨으면 어땠을까. 선생님도 그동안 대체약을 떠올리지 못하셨던 걸까?

어찌 됐든, 나의 강한 의지를 느낀 선생님은 대체약 처방이 가능하다며 그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지금부터 2주 동안은 기존 약과 대체약을 함께 복용하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자마자 불안이 올라왔다. 약이 한 개에서 두 개가 된다니! 혹 떼려다 혹 하나 더 붙인 셈이었다.


‘혹부리 영감은 욕심쟁이라지만, 나는 건강한 단약을 꿈꾸는 선량한 환자인데…’

내가 갸우뚱하자 의사 선생님은 다시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파란색 알약은 부작용이 심하지만 초록색 약은 그보다는 부작용이 덜해요. 두 약을 2주 동안 동시에 먹어요. 초록색 약은 매일 밤에 먹고, 파란색 약은 원래대로 환자분이 정한 '약 끊는 간격'대로 드세요. 그리고 2주 후에는 파란색 약을 먹지 말고 초록색 약만 복용하세요. 그리고 그 약으로 '약 안 먹는 텀'을 점차 늘려보죠."


나는 언제나 그렇듯 성실하게 의사 선생님의 말을 따랐다. 파란색 약만 끊을 수 있다면 해볼 만했다. 어지럼증도, 메스꺼움도 더 이상 겪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부작용이 계속되자 단약에 대한 의지는 점점 희미해졌다. 약 끊는 게 마음처럼 되지 않으니 타인에 대한 불신과 억울함, 세상에 대한 복수심만 더 강해졌다. 몸도 힘들고 마음도 지쳤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었다.


2주 동안 나는 성실하게 두 알을 복용했다. 그리고 2주가 지난 뒤부터는 대체약만 먹기 시작했다. 하루를 안 먹어보고, 그다음엔 하루 반을 안 먹어보고, 성공하면 이틀까지 늘려가며 점차 복용 주기를 조절했다.

부작용은 의사 선생님 말씀처럼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동시에 약에 대한 두려움도 한결 가벼워졌다.


대체약으로 훨씬 더 수월한 단약이 가능하다는 걸 몸으로 깨달았다. 그전까지는 대체약도 단약의 한 방법이라는 걸 알려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대체약의 존재를 알았더라면, 더 일찍 시도해보지 않았을까.


물론 대체약으로 바꾼다고 단번에 약을 끊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천천히 줄여가는 시간을 거치지 않았다면 대체약도 소용없었을 것이다.


어찌 됐든 나는 지금 단약을 결심한 사람들이 나처럼 시행착오를 덜 겪기를 바란다. 대체약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걸, 부작용을 무작정 견디기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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