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약 다이어리> 인류애를 충전하러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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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이

제목 : 콘서트장에서 인류애 충전


사회생활을 하면서 매번 악인만 만난 것은 아니다.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지’라는 반면교사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들을 만나 직장생활의 위기를 무사히 넘긴 적도 있고, 지혜롭고 멋진 이들을 통해 사회생활의 동기를 다시 찾은 순간도 있었다.


옆에 있으면 든든하고, 함께함에 감사한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공동체에서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내가 꿈꾸는 유토피아일지도 모른다.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 덕분에 지금까지 사회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해, 우연히 단체로 몰려다니는 나쁜 사람들의 무리 속에 굴러들어가면서 나는 철저히 인류애를 잃었다. 그들이 내가 만난 사람들의 전부가 아님을 알면서도, 그 무리 안에서 나는 서서히 시들어갔고 결국엔 무너져내렸다.


연대감이 우습게 여겨질 만큼, 나는 인류애가 바닥을 뚫고 내려가는 기분을 느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무리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은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았다.

나는 속수무책이었다.


함께함이 조롱처럼 느껴지는 슬픈 상황 속에서 공동체감은 점점 옅어졌고, 결국 사람들을 경계하는 습관만 남았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선을 긋는 건 필요하지만, 나에게 고통을 준 사람들이 지금도 사회에서 아무렇지 않게 활개치는 모습을 보면 괴로움이 밀려왔다. 그들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조차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들 때문에 약을 먹게 되었고, 그 약의 부작용으로 힘들었던 시기엔 그런 감정이 배가되어 더욱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내 삶이 이렇게 인류애 없이 계속되는 건 싫었다.

‘결국엔 사람이다’라는 말처럼, 사람에게 상처받지만 또 사람에게 위로받는다고 우리는 흔히 말한다.그런데 나는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는 게 어렵고, 누가 다가와도 그들이 나를 ‘사람’도 ‘동료’도 아닌, 그저 ‘도구’처럼 대하는 것 같아 자꾸만 뒷걸음질 치게 됐다.


그럴 때 나는 콘서트장에 갔다. 인류애를 충전하러.


콘서트에는 묘한 힘이 있었다. 모두가 같은 음악을 듣고, 동시에 환호하며, 함께 웃고 있었다.

직장에서 마주치는 얼굴들이 무표정과 피곤, 짜증과 무심함이었다면, 콘서트장은 그 정반대였다. 옆을 봐도, 뒤를 봐도, 앞을 봐도—사방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수만 명이 같은 목표를 품고 모여 만든 에너지는 덩달아 내 기분도 끌어올렸다. 깜깜한 공연장 안이 수많은 불빛으로 물들 때, 마치 오로라를 마주한 것처럼 벅찬 감정이 밀려왔다. 그리고 나는, 즐겁게 떼창을 하고 콩콩 뛰며 그 순간에 온전히 몸을 맡길 수 있었다.

그건 내가 혼자서 노래를 흥얼거릴 땐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다.


함께하는 환희, 연결감, 그리고 울림이 짧은 시간 안에 한꺼번에 밀려왔다.

내가 원하면서도 좀처럼 느끼기 어려웠던 공동체감, 연대감이 어느새 가슴 속에 차올랐다.

결이 다르긴 했지만, 분명히 ‘함께하는 기쁨’이었다.


물론 돈은 들었다. 하지만 반년에 한 번, 혹은 1년에 한 번쯤은 그런 시간을 만든다.

돈이 아깝지 않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연대감은 어쩌면 몸이 먼저 알아채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연결된 느낌이 주는 편안함, 저절로 지어지는 미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떨림. 그래서일까. 콘서트장에서 울리는 소리의 진동이 내 심장 박동과 맞닿을 때,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온다. 그게 음악이 가진 힘이고,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공동체감을 너무 가까운 곳에서만 찾으려 하니, 오히려 상처받기 쉬웠다. ‘저 사람은 왜 저런 말을 하지?’ ‘왜 저런 행동을 하지?’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 끝도 없었다. 실제로 가까운 관계에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거나, 역할과 책임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사람에게 다가가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익명의 사람들 속에서 연대감을 느끼는 게 더 간편하게 느껴졌다. 낯선 사람들이지만, 함께 호흡하고 웃고 즐기다 보면 친한 친구와 있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단 하나— 음악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콘서트장의 빛과 소리의 물결에 온전히 감동하는 것뿐이었다. 혼자였다면 결코 느낄 수 없는 마음. 그 순간만큼은, 함께함이 참 좋았다.

기본적으로 약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뇌에서 분비되는 ‘행복한 호르몬’들이 내 안에 오래 머물도록, 쉽게 도망가지 않도록, 조용히 붙잡아준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약 없이도 행복이 샘솟는 상태다. 그건 누구나 바라는 일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순간들이 많다. 그럴 때 나는 가까운 사람보다 오히려 낯선 이들과의 익명 속에서 그 호르몬을 채운다. 잠시나마 웃고, 함께 소리 지르고, 감정을 나누는 그 시간을 돈 주고 살 수 있는 거라면 난 기꺼이 사련다.

그렇다면, 이제 어떤 티켓을 예매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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