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우 Jul 07. 2023

두 번째 관문, 영어 인터뷰

고등학교 입학식 날 자퇴한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아는 사람과 함께 유학을 가는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 외로움을 덜고 공감할 친구가 있다는 게 장점, 익숙함에서 벗어나려고 가는 유학의 목적을 흐릴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이왕 같이 가게 된 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대신, 거기서 우리 절대로 한국어를 쓰지 말자고 약속했다. 훗날, 그 약속은 너무 잘 지켜져서 한국에 와서도 한국말이 나오지 않는 부작용을 겪게 된다. 


유학 갈 학교가 결정된 다음에는 학교의 입학 절차를 거쳐야 하고, 기숙사 학교가 아닌, 나 같은 경우에는 호스트 가족을 찾아야 한다. 먼저 학교에서 요구한 성적표와 다른 서류들에 추가로 토플 점수를 보냈다. 호스트를 찾을 때, 당신과 살게 될 학생이 이런 아입니다 하고 보여줄 서류도 작성했다. 학교에서 하고 싶은 활동이나 좋아하는 음식을 묻는 간단한 질문부터 내가 어떻게 호스트 가족에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묻는 까다로운 질문까지 다양했다. 홈스테이는 유학원이나 학교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로 맡겨놓고 기다리는 게 답이다. 


그런데 아뿔싸, 교장 선생님과 입학 사정관이 함께하는 인터뷰 약속이 잡혔단다. 나는 외고 지원 과정에 면접이 있다고 하면 아예 안 했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말을 못 하고, 말을 잘해야 하는 상황을 두려워한다. 그런데, 한국어로도 못하는 걸 영어로 해야 한다니, 이게 말이 되냐고! 유학 메이트와 함께 예상 질문과 답변을 달달 외우며 떨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많이 부족한 영어 실력이었을 텐데 생각보다 따뜻하고 편하게 진행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그렇지만, 사실 하도 긴장해서 막상 인터뷰 내용은 잘 기억이 안 난다. 면접이 끝나고 우리가 제일 먼저 한 말은 

"야... 나 수명 깎인 거 같아"


이 과정을 겪는 중, 고등학교 입학식이 있었는데 우리 엄마는 다른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는 첫날, 내 자퇴서를 내고 오셨다. 약간의 귀찮음과 조금 많이 두려움에 난 함께 가지 않았다. 미래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새 선생님들, 알고 지내던 친구들을 보거나, 자퇴생으로 소문이 나면 멘탈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고등학교 입학식 날 자퇴를 하며, 많은 친구들의 이룰 수 없는 꿈을 대신 이뤄 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확실하게 내가 개척해야 하는 길 앞에 놓였다. 

이전 02화 유학의 첫 번째 관문, 유학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