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길어서 말이 짧아졌습니다 #007
- 기다리는 버스도, 택배도 좀처럼 오지 않는다. 목이 빠지도록 간절하게 기다리다 보면 가끔은 내가 진짜로 기다리는 게 무엇인지 헷갈리곤 한다. 아무리 기다려도 내가 기다리는 것은 영영 오지 않을지 모른다.
- 뭐가 문제냐. 이거야말로 가장 곤란한 질문이다. 불안과 고통의 구조와 인과를 모두 파헤친다 해도 나는 행복하지 못할 것 같다. 다만 뜻 없이 불안하고 위태로워 하루 버티는 일이 고역이다.
- 어릴 때부터 그랬다. 유난히 독백으로 시작하는 만화, 영화, 드라마에는 집중이 잘 되곤 했다. 성찰, 사유, 자조. 그런 거창한 표현들의 의미를 모를 때에도 다만 그 느낌이 좋았다. 독백을 하지 않는 주인공에게는 도통 믿음이 가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