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화가의 꿈을 이룬 나의 미술, 음악 그리고 고양이 이야기
돌이켜 보면 나는 상처받고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수없이 많은 꿈을 꾸며 살아왔다. 그 꿈들 가운데는 그저 막연한 소망이었을 뿐 이루어지리라 전혀 기대할 수 없었음에도 세월의 흐름 따라 어느새 이루어져 있음을 발견한 것도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10대에 막연히 꿈꾸었던 소망들이 4~50여 년이 지나 실현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계속 꿈을 꾼다. 꿈 하나를 이루면, 이루어진 그 꿈을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꿈을 잉태하니 죽을 때까지 꿈꾸기를 멈추지 않을 것 같다. 현재 나의 꿈은 초보 작가로서 외람되지만 나의 혼이 담긴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 그리고 늙어 더 이상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기타를 치고 그림을 그리며 상처받고 외로운 사람들과 음악, 미술의 치유효과를 공유하고 싶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소망이 있다면 내가 살아오는 가운데 가장 큰 은혜의 선물을 준 우리 언니들에 관한 것이다. 어느 날 나를 되돌아보며 깨달은 것은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이 개인의 의지와 노력이 아니라 언니들의 양보와 희생 덕분이었다는 것이었다.
장애에도 불구하고 유아기 때부터 나를 업어 키워주고 우리 삼 남매까지 보살펴 준 큰 언니, 엄마와 큰 언니를 대신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벌레라면 기겁하는 막내를 위해 재래식 화장실 청소도 마다하지 않던 둘째 언니, 자신을 희생해가며 나를 대학생으로 키워준 작은언니. 이런 언니들과 함께 하는 미래가 바로 나의 또 하나의 꿈이다.
언니들은 내가 삼 남매를 키우며 바쁜 공직생활을 할 때 나의 일을 그 무엇보다 우선시하며 온갖 가정사를 도와주곤 했다. 내가 몸이라도 아플 때면 마치 자신이 아픈 양 걱정해주고 돌봐 주었다. 언니들이 있었기에 길고 길었던 공직생활을 큰 어려움 없이 마칠 수 있었다. 작은언니의 희생이 없었다면 나의 삶이 어떻게 전개되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큰 언니는 날이 갈수록 몸이 쇠약해져 가고 작은언니는 현재 독신으로 이스라엘 선교활동에 헌신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지금은 국내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그 열악한 아랍마을 어딘 가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스라엘 선교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작은언니를 생각하면 항상 짠한 마음 금할 수 없었다.
나는 앞으로 남겨진 나의 삶을 자녀 없는 두 언니를 내 힘닿는 데까지 돌봐 드리고 후원하는 일로 채우고 싶다. 주인의 따뜻한 보살핌과 무한한 사랑에 보답해 준 제리와 보리처럼,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오직 나를 위해 희생해 준 언니들에게 은혜를 갚아야 할 아기 고양이는 바로 나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길고 길었던 바로 이 글은 바로 우리 아이들에게 남겨 줄 엄마의 유산인 동시에 언니들에게 바치는 나의 헌서(獻書)였음을 고백한다.
내게 가장 소중한 삼 남매는 어려서부터 자립심이 컸던 만큼 앞으로도 현명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엄마의 이모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잘 알기에 마음으로 항상 나를 응원해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또 하나!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바람이 있으니 은퇴 후 나의 풍요로운 삶을 지켜주고 있는 나의 귀여운 아기 고양이 제리, 보리와 가능한 한 오랜 세월을 함께 하는 것이다. 나의 아기 고양이들, 아무쪼록 오래오래 건강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