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ne De Transmission
올드스트리트 역에서 10분 거리, 센트럴세인트마틴에서 패션석사과정에 입학하기 전 런던패션위크에서 활동하는 패션 스튜디오에 인턴으로 면접을 보러 갔다. 스튜디오는 매인거리에서 한 블록 뒤 한적한 길에 위치해 있었다. 면접 전 조금 긴장이 됐지만 일전의 아르바이트와 인턴 면접을 다수 경험해 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신감은 있었다.
스튜디오는 깔끔했다. 스니커즈 의류등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들이 탁자 위에 전시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회사의 오너는 브랜드를 홍보하는 PR컴퍼니였다. 깡마르고 작은 동양 남자아이가 나의 면접관이었다. 온몸을 온통 검은색 아이템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 나와 함께 일을 할 '타이'였다. Yang Li 스튜디오에서 일할 때 함께 일했던 네덜란드에서 온 '타이'와 이름이 같았다. 그의 부모님은 베트남 사람인데 타이가 태어나기 전 독일로 이민을 오셨다고 한다. 그리고 타이는 독일에서 태어났다. 그는 독일에서 패션 학교를 졸업 후 TDT(Tourne De Transmission)에 관심이 있어서 지원했고 입사하여 영국으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 타이는 나의 London College of Fashion의 졸업작품을 관심 있게 보았다. 또한 Central Saint Mrins의 패션 석사과정에 입학을 앞둔 것도 많은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Central Saint Mrins 관련된 여러 가지를 물어보기도 하였다. 그도 Central Saint Mrins의 패션 석사과정에 입학하고 싶어 했다. 나중에 인턴과정을 끝낸 후 Central Saint Mrins에 입학하고 학과에 열중하고 있을 때 그도 면접을 보러 왔었다.
하지만 타이의 작업물은 내가 봐도 입학할 정도는 아니었다. 학과 과정과 실제 패션산업에서의 작업은 많은 차이가 있다. 차라리 TDT에서 근무하면서 작업한 것들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지원했으면 더 승산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타이에게 석사과정 입학 전 돈을 모아야 해서 유니클로에서 일하기 때문에 일주일 중 3번 출근할 수 있다고 하였다. 독일에서 영국으로와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타이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을 이해해 주었다. 그리곤 내가 제안한 출근 날짜를 받아들여 주었다. 타이는 출근 날짜를 물었고 내가 말한 날짜부터 출근하게 되었다.
그와 면접을 보고 있을 때 삭발한 머리의 백인 남자가 왔다. TDT의 오너인 '글램'이었다. 그는 본업인 PR컴퍼니를 운영하면서 TDT라는 런던패션 위크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었다. 그가 처음 TDT를 런던 패션위크에 선보였을 때 유명한 미국의 흑인가수의 눈에 띄어 투자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 흑인 가수 투자자는 글램과 도쿄에서 만나가도 하며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였다. 글램은 투자금으로 한정판 운동화를 사기 위해 타이에게 아침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라고 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때로는 자신의 집으로 타이를 불러 밤늦게 까지 일을 하기도 했다도 한다. 모두 타이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스튜디오의 일층은 내가 면접은 봤던 공간으로 온통 다른 브랜드들의 상품으로 진혈 되어있다. 브랜드 홍보에 필요한 공간 같았다. 지하로 내려가면 PR컴퍼니의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이 있었다. 직원은 7-8명쯤 되었다. 회사 분위기는 정말 자유로워 보였다. 반려견 동반은 물론이고 직원끼리 자유롭게 대화도 한다. PR컴퍼니의 특성상 여러 브랜드들과 일을 해야기 때문에, 브랜드가 주최하는 여러 패션행사 파티도 직원들끼리 자주 다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일과 시간에는 일도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타이는 딱히 그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들이 일하는 곳 한 켠 작은 공간에 타이 혼자서 TDT의 업무를 보고 있다. 나도 그 작은 공간에서의 업무에 참여하게 되었다. 보통의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시즌의 옷을 개발하기 위해 원단을 컷팅하고 봉제하는 것에 반해 이곳은 가봉 없이 바로 생산 업체에 의뢰했다. 때문에 사무실에서는 원단으로 직접 의류 샘플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견본 의류를 구해서 샘플 업체에 보내 참고용으로 쓰게 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작업이 컴퓨터 작업이었다.
그러던 중 글램이 당시 유명한 브랜드였던 A-COLD-WALL에서 일했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디자이너를 합류시켰다. 그동안 혼자서 모든 일을 했던 타이는 새로 온 디자이너의 의견이 개입되자 그 디자이너와 일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