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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송 Oct 21. 2023

평생 회원권을 끊다

엄마의 행동반경은 제한적이다. 전화를 걸어 어딘지 물으면 집, 일터, 동네 아주머니 가게 정도가 다다. 그날도 역시나 그중 어디겠거니 하곤 전화를 걸었다.


"엄마, 어디셔~ 뭐 해?"

"송아, 나 운동 중이야. 이번에 평생회원권 끊었잖아!"


헬스장 근처도 가본 적 없는 엄마가 운동 평생회원권이라니 놀라고 걱정되는 맘에 격양되어 물었다.


"진짜? 평생회원권? 엄마 어디 헬스장 끊었어?"

"(깔깔깔 웃으며) 여기 자성대 공원!! 평생 공짜다 공짜!"


역시 엄마 답다는 생각에 따라 웃게 된다.

"우와 엄마 잘하셨네! 평생회원권 부럽다! 나도 데려가~"


전화를 끊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동네 공원에 평생회원권을 끊었다니. 엄마의 표현이 기가 막히게 멋지단 생각을 하면서 온갖 공원과 집 앞 거리거리가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 나를 평생회원으로 두고 있는 것에 대해 떠올려본다. 거저 주니 거저 받으라며 손 내미는 것들.


맘껏 올려다볼 수 있는 하늘이나 팔에 살포시 내려앉는 햇살. 초마다 살게 하는 공기나 초록 내음 가득한 산들. 마음이 뻥 뚫리는 바다, 언제나 돌아오는 주말. 매일 주어지는 시간, 평생 내 편인 가족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내 것인 것들과 언제든 맘먹으면 내 것이 될 수 있는 것들. 조건 없이 주어진 것들에 새삼 고맙다.


대가 없이 얻은 것들에 대해 나열하다 결국 삶도 거저 받은 것임을 깨닫는다. 때론 공짜라 이까짓 거 내가 바란 것도 아닌데 싶지만. 우리 잠시만 거저 얻은 삶과 만물에게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공짜라 다시 당연해진데도 단 몇 초 만이라도.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삶도, 만물도,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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