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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송 Sep 24. 2023

기다림이 필요한 사람

우연히 돌린 채널에서 런닝맨을 보다가 마음이 시큰한 이야기를 들었다. 런닝맨에 뒤늦게 합류한 양세찬과 전소민이 적응하고 역량을 발휘하기까지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 대화를 곰곰이 듣던 유재석은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필요한 케이스가 있다. 제가 그런 케이스다. 전 9년이 걸렸다. 내 능력도 잘 모를 때 주변에서 힘을 주면 적응이 되고 마음이 편해지면서 능력을 발휘할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누구도 모른다"


심장이 콩콩거렸다. 시간이 필요한 사람, 진가가 드러나기까지 기다림이 필요한 사람. 기다려주기만 한다면, 믿어주기만 한다면 언젠가 빛이 날 사람. 타인이 주는 기다림의 힘도 엄청나거니와 스스로를 믿고 기다려주는 것에도 큰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나를 가장 믿지 못하는 건 언제나 나였다. 늘 호기롭게 시작했다가 실망하고 스스로 폄하하며 포기하기를 반복해 왔다. 글쓰기가 그랬다. 2번의 봄에 글을 쓰고 가을이면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세 번째 2023년의 봄, 다시 쓰기 시작했다.


가을이 다가왔다. 여전히 다정한 마음을 내어주는 이들이 날 응원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내가 나를 믿고 기다려주는 일.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멋진 한방을 기대하지 말고 나를 믿고 삶과 글을 쌓아나간다면 내 능력을 발휘할 시간, 나만의 시간은 반드시 온다.


우리 모두는 기다림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조급해질 때마다 잠시 멈춰 마음에 손을 포개고 나를 토닥이자.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기다릴게, 널 믿어'


다만, 내가 나를 믿어준다면 서로를 기다리는 다정한 마음이 남아있는 한 우리의 빛나는 시간은 반드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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