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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송 Oct 20. 2023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살아갈 이유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태어난 김에 사는 것 같아요.

아니면 결국 죽으려고 사는 게 아닐까요?”    


쉬는 시간마다 찾아와서 가만히 내 얼굴을 보다가 별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조잘대는 아이가 있다. 웬일인지 이날은 심오해진 표정으로 툭 몇 마디를 던진다. 고로 사는 게 재미가 없단다. 질풍노도의 시기, 중3에게서 나올 법한 문장이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맘에 심장이 쿵 내려앉아 무슨 말이라도 일단 해야 했다.     


“음, 행복할 때도 있지 않아?”      

“행복할 때도 있죠....”

겨우 꺼낸 식상한 질문에 말끝을 흐리며 아이는 대답했다. 다음 할 말을 찾아 생각에 빠진 사이 수업종이 울렸다. 홀로 남은 방에서 읊조렸다.


‘태어난 이유.. 살아갈 이유..’     


우주의 먼지 같은 내가 살아갈 이유는 무엇일까. 태어난 것은 내가 개입할 수 없는 일이었음에 분명하다. 무수한 우연들이 모여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 발을 딛고 있으므로 모든 우연들에 감사할 따름이다. 방을 두리번거리며 눈으로 하나씩 담아본다.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 업무를 도와주는 노트북, 소소한 행복을 주는 미니화분, 생명줄 같은 충전기.  

둘러보고 둘러봐도 눈에 밟힌 모든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그래,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이 땅에 나고 자라는 것들, 숨 쉬는 것이나 숨을 쉬지 않는 것이나 생명 없이 또각거리는 시계조차 존재의 이유가 명확한데 나는 오죽할까.     


산다는 건 그 이유를 찾는 수수께끼일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존재함으로, 그것만으로 살아갈 충분한 이유가 된다는 것.     


창틈으로 들어온 햇살을 만난 먼지가 오늘따라 유난히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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