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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송 Jan 17. 2024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에게 전화를 거는 건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있는 일이었다. 아빠가 늦게 들어오시면 엄마 부탁을 받고 거는 전화나 엄마 폰이 꺼져 있을 때 어쩔 수 없이 거는 경우. 대부분의 소통은 엄마를 통해서 이뤄졌고 아빠와 둘이 마주 앉아 대화하거나 전화할 일은 거의 없었다. 아빠는 그렇게 애틋하지만 한없이 어려운 존재로 내게 남은 채 성인이 되었다. 연례행사 같던 아빠와의 전화였는데 요즘은 일부러 엄마 대신 아빠에게 전화를 건다. 덤덤한 듯 받으시지만 반가움이 섞인 목소리다.

자영업을 하시는 부모님은 평생을 함께 일해오셨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최근 엄마가 다른 곳에 취직하게 되면서 일터에 종일 혼자 있게 된 아빠가 내내 신경 쓰이던 참이었다. 아빠는 일하러 가는 엄마를 물가에 내놓은 애 같다고 걱정된다 하셨지만 엄마는 아빠를 똑같이 걱정하셨다. 나도 실은 아빠가 걱정됐다. 뭐든 씩씩하고 긍정적으로 헤쳐나가는 엄마와 달리 내향적이고 걱정이 많은 아빠가 혼자 지내며 더 외로움을 많이 느끼실까 봐, 혹 좋지 않은 생각을 하실까 봐, 점심을 못 챙겨드실까 봐. 괜한 염려를 한다.

"아빠, 밥은 드셨어용~?" 애교 섞어 장난스레 첫마디를 내뱉는다. 근처 식당에서 혼자 밥을 드시고 오셨다고 한다. 지난밤 술을 많이 먹어 해장에 좋은 복국을 드셨다고. 근래 아팠던 내게 몸은 괜찮냐 물으시곤 머쓱하게 웃으신다. 조만간 찾아간다고 하며 1분 남짓 되는 전화를 끊고 나니 막을새 없이 눈물이 터져 나왔다.

눈물의 의미를 짐작해 본다.
나는 사실 아빠랑 더 친해지고 싶었나 보다. 어린 마음에 아빠가 무서워 다가가지 못했던 시간들이 길었다. 어리광 부리며 아빠 곁에 머물고팠던 어린 시절 내가 떠올라 마음이 먹먹했다. 아빠 품을 떠난 지금에서야 깨닫는 나의 마음들.

그리고



아빠도 나랑 친해지고 싶으셨겠지. 아빠도 내가 궁금했을 거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괜히 술 한잔하고 툭툭 건넨 이야기들이 실은 사랑이었다고.

품에서 떠나보낸 뒤에야 깨달았을 아빠의 마음.

자주 전화를 걸어야겠다.
둘이 오붓하게 밥도 먹고 햇살 좋은 날 함께 걸으며 산책도 하고 싶다.

그때 나란히 보폭을 맞춰 걸으며 이렇게 말해야지.

"아빠, 사실 친해지고 싶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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