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아침까지도
어떤 공허함은 나를 살리기도 하고, 어떤 충만감은 나를 갉아먹기도 하며, 어떤 외로움은 나를 해방시킨다. 새벽 두 시의 나는 대체로 공허하거나 충만할 뿐 외롭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자리에 눕곤 한다. 나는 늘 이 점이 우습게 느껴지곤 했다. 나는 지나치게 외로워서 불안감을 느끼고 그 불안감 때문에 약을 먹는 사람이면서 잠자리에 드는 그 순간에는 공허함과 충만함을 간직한 채 잠에 든다는 사실이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취침전 약 복용의 효과일 가능성이 다분하지만 우울증을 앓고 있는 나에게는 과분한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새벽 2시가 되어 누군가 나의 죽음을 발견한다면 분명 안타까운 죽음으로 비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새벽 2시에 죽어 누군가에게 발견된다면 그것은 내가 얻을 수 있는 가장 기쁜 모습의 죽음일 것이다. 단 한 순간이라도 외로움을 잊을 수 있는 사람의 얼굴이 되어 당신을 맞이할 수 있다면 더는 우습지 않다.
그럼에도 내가 살아 당신의 손을 마주잡을 수 있게 된다면 외로움을 견디고 견뎌 버티고 선 채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당신의 곁을 스쳐가는 가느다란 실비처럼 나는 어디로 이어져 가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