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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Jul 28. 2024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일 잘하는 비법

 어차피 해야 될 일이라면...

학교에서의 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한 가지는 물론 수업이고 그에 기반한 학생 및 학부모와의 상담이다.

그 이야기는 수업 이야기에 대한 글에서 많이 다루었다.

오늘은 다른 한가지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교사가 수업과 그 관련 일 말고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을 것이다.

교권 및 교사 관련 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일이 잡무를 줄여달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디까지가 교사가 해야 할 본업이고 어디서부터가 잡무인지 구분은 쉽지 않다.

그래서 그 일이 해결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방학식날 내가 운영한 융합과학캠프의 예를 들어보자.

운영하겠다는 마음의 결심을 한 순간부터 나의 일은 시작된다.

나보러 그 행사를 하라고 지시한 사람은 없었다.

공문등으로 지시가 내려오는 일이 더 많다.(그 중에 절반은 별 쓸모가 없는 일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행사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계획을 세워서 결재를 받아야 한다.

계획에는 이렇게 운영하겠다와 이렇게 예산을 사용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특강을 위한 강사 섭외가 완성되면 이제 계획서 결재를 올릴 수 있다.

계획안의 결재가 떨어지면 가정통신문을 발송하여 참가 희망학생을 모은다.

요새 가정통신문은 대부분 알리미 문자 시스템을 활용하여 실무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발송된다.

그러므로 학생이나 학부모님께서는 학교에서 보내는 문자를 잘 살펴보는 일이 중요하다.

모든 안내는 공식적으로는 문자로 제공된다.

나같은 경우는 문자를 보내지만 수업 시간을 통해서도 다시 한번 안내를 하는데 다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교내의 모든 행사는 희망학생이 없으면 추진되지 않는다.


희망학생이 모인 다음에는 외부로 나가는 활동이니 차량을 예약해야 한다.

견적을 받고 가급적 예산에 맞추어 금액 조절까지 한 후 자료를 모아서

예산 사용 및 계약 등 결재 처리를 해당 업무 실무사 선생님과 행정실 업무담당자께 전달한다.

그 분들의 빠른 협조가 없으면 일처리가 또 늦춰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는 행사 당일 중식 및 석식 예산 사용 결재 및 식당 예약 진행, 간식 및 기념품 주문 및 포장 작업, 당일 행사를 위한 행사 보험 가입(이를 위해서는 개인정보 수집 등 할 일이 많다.), 비상약품함 확인 및 단톡을 만들어 행사 당일 집합 시간 및 복장 등에 대한 안내 문구 전송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하나의 행사에 결재가 최소 10여개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모든 일은 비슷한 일을 해봤던 경험이 중요하다.

일의 매뉴얼을 꿰차고 있으니 말이다.


행사를 잘 마치고 나면 이제 일을 잘 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구분이 생기는 후속 절차가 진행된다.

행사 이전까지는 매뉴얼이 있으니 그것을 보고 어찌저찌 따라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행사가 끝나고 나면 일을 잘하는 사람인지가 금방 드러난다.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관점에서의 판단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행사가 끝난 뒤 재빨리 강사비나 수당 등을 지급 처리하는 사람이다.

학교 회계는 기본적으로 한 달로 처리 기한이 세팅이 되어 있다.

내가 오늘 결재를 올려도 해당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마지노선은 한 달 뒤가 된다는 뜻이다.

수당 지급을 위한 결재에는 필요한 서류들이 엄청 많다.

그 서류를 행사가 끝나고서야 준비해서는 일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미리 서류를 완비해놓고

행사가 끝나자마자 특강 강사비 지급 결재를 올리면서

수당 지급 기한을 10일 정도후로 세팅해놓으면

빠르면 행사일로부터 1주일 이내에 수당 지급이 가능하다.

학교에서 상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교사 혹은 기타소득자, 소상공인등의 소시민이다.

행사나 납품을 했는데 2달이 지나서야 소정의 비용이 입금된다면

그런 시스템이라면 우수 강사를 확보하거나 우수 업체와의 재거래에 의문이 생기게 된다.

학교에서의 강사비는 누가봐도 작은 금액이며 학교로의 납품은 누가봐도 이문이 남지 않는 금액이다.

따라서 나는 강사비 입금이 빠른 장학사나 교사는 일을 잘 알고 잘 하는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나도 그렇게 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교사나 학교 관련자만 그런 것일까? 아마도 단언코 아닐 것이다.


누구에게나 어느 업종에서나 적용 가능한 일 잘하는 비법은 간단하다.

그 일처리 과정을 잘 알고 있으면 된다.

그리고 그 일을 처리해서 수당을 지급받거나 납품 금액을 지급받을 사람이 나의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 업무 편의가 중요한 만큼 상대방의 편리함도 중요한 것이다.

가정통신문과 공문 등에 일반인들이 잘 알기 힘든 오래된 행정 용어들을 그대로 베껴서 사용한다거나

해당 업무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작년과 똑같이 했을 뿐이라고 변명만 한다거나

지금은 바뀌어서 안해도 되는 일을 찾아보지도 않고 그냥 계속해대거나 하면

당연히 불평과 욕을 먹게 된다. 그리고 일을 못한다는 평판을 받게 된다.

어차피 월급을 받고 하는 내 몫의 일이다.

꿰차고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나의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가?

그러나 이런 글을 쓰는 오늘 하루 나는 밥차리기와 글쓰기, 고양이 밥주기와 배설물 치우기 빼고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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