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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Apr 21. 2024

스포츠 사랑

승리요정이 되고 싶다. 격렬하게.

나는 특이하긴 한 것 같다.

다들 내 연령대가 좋아하는 트롯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려서 다들 듣던 노래가 남진, 나훈아, 이미자의 트롯이었으나

나는 산울림, 하남석, 박정운, 조동진 등의 발라드가 좋았다.

지금도 임영웅, 이찬원, 영탁 보다 성시경, 김동률, 이적을 좋아한다.

사람 많은 곳을 별로 내켜하지 않은 내가 콘서트에 가본 것은 변진섭, 이문세, 이은미이다.

이제는 그들도 나이가 들어서 노래에 약간 트롯 느낌이 날 때도 있다는 것이 아쉽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

올해 학생 밴드반 연주곡은 신해철의 <그대에게> 이다.


또 특이한 점이 드라마보다 스포츠 중계를 주로 본다는 것이다.

부부가 TV 채널권을 두고 싸운다던데 우리 집도 충돌이 있기는 하나 반대이다.

내가 드라마 대신 스포츠 중계를 보자고 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스포츠 중에서 격투기 종류는 좋아하지 않는다.

서로의 몸이 충돌하는 것은 부상이 따르고 그걸 보면 마음이 아파지기 때문이다.

주로 구기 종목의 스포츠 중계를 즐겨하는데(사실 구기 종목에서도 충돌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한동안은 최애가 축구였고(어느때부터 2002년 정신이 없어진 듯 하여 소홀해짐)

그러다가 골프였고(박세리 우승 이후부터 반했으나 요새 조금 침체기임)

지금은 다시 청소년기의 최애였던 야구로 회귀하였다.

이 계기에는 최강야구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음은 벌써 여러번 고백하였다.

오늘 최강야구 올해 첫 직관날이다.

대학 강호 고려대와의 시합다.

고척돔까지는 꽤 멀고 날씨도 비가 오고 안 좋다고 하고(물론 고척돔은 실내이지만 오가는 동안 날씨가 나쁘면 두 배는 힘들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년 한번 간 직관이 유일한 최강몬스터즈팀의 직권 패배일이라(2023 성균관대학교전)

내가 패배요정이 아닐까 하는 자책감 때문이기도 했다.

작년 직관일 초반에 상태가 안 좋아보여서 이겨보라고 5회 정도에 나와서 귀가했는데도 결국 졌다.

그래도 혹시 해서 올해 첫 직관 티켓팅날 사이트에 땡하고 들어갔는데도

10,000명이상 대기인지라 포기했었다.(인기 절정이다.)

집에서 가까운 잠실에서 할 때나 한번 가보지 하고 말이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눈을 뜨자마자 소표를 잡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그친 것을 보고 말이다.(그래도 바람은 분다)

아침부터 노트북을 키고 새로 고침의 무한 세계에 들어섰으나

나보다 금손인 분들도 많고 취소표가 별로 나오지도 않았다.

11시까지가 취소 기한이니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되면 출발하고

아니면 다음 주일 반찬이나 해야지 생각했다.

지나가듯이 아침 먹던 아들에게 이야기를 건넸더니

작년에도 취소표를 잡아주었던 착한(?) 아들이 내 노트북 앞에서 새로 고침과 광클을 거듭해주었다.

그 노력만으로 가상해서 나는 올해 어버이날 선물을 다 받은 것 같이 기뻤으나

아들은 금손과 뛰어난 과제집착력으로 15분 만에 4층 외야표 하나를 획득해서 주었다.

19,000원짜리 표이나 나에게는 190,000원 정도 갚어치를 한 찐 선물인 셈이다.

출발 준비를 하면서 슬슬 패배요정이 걱정되기는 했으나

오랜만에 고려대학교 응원단의 멋진 응원도 보고(사실 나는 연대랑 더 가깝다)

김성근 감독님멀리서나마 보고 열정에 감사드리고(나의 차량 키링에는 김성근 감독님이 있다.)

옛 레전드들에게도 더 힘을 낼 수 있는 한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항상 드는 생각.

내 생애 마지막 야구 직관일 수 있다는 생각(작년에도 그런 생각을 하긴 했었다만)

아버지와 동대문 야구장을 갔던 첫 기억보다도

더 오래 간직될 마지막일 수 있다는 느낌.

오늘은 꼭 승리요정이 되고 싶다.

아참, 다녀와서 후속 이야기는 쓰지 못한다. 스포 절대 금지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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