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사람들마다 루틴이라는게 있다.
매우 심하게 루틴을 지키는 사람과 덜 심한 사람이 있을 뿐.
특히 아침의 바쁜 출근 시간이 가장 최소한의 루틴이 지켜지는 시간일 것이다.
나는 일찍 자므로(출근 시간 동안 동동거리며 최선을 다해서 뇌를 사용한다. 퇴근하면 남은 에너지가 없어 저녁을 먹으면서 벌써 졸리기 시작한다.) 일찍 일어나는 스타일이다.
일찍 일어나니 출근도 일찍 하고 그 날 할 일을 아침에 대충 정리하는 아침형 인간임에 틀림없다.
이른 아침이 주는 상쾌함과(아직은 싸늘하기도 하다.)
이른 출근길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다.
일찍 일어나는 삶에 도움을 주는 건 고양이 설이이다.
설이는 다섯시쯤 되면 나의 침대로 와서는 나를 깨우기 시작한다.
자기 코를 내 손이나 얼굴에 박고는 이제는 일어나야해 라고 다섯 번 정도 나를 건드린다.
내가 성의를 다해 궁디팡팡을 해주지 않으면 그 횟수는 늘어난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살기 위한 최소한의 약을 먹는다. 갑상선 호르몬약과 혈압약이다.
그리고 씻고 화장을 하고(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기 위함이다.)
아들과 나의 간단한 아침을 만들고(난 갑상선 호르몬약의 흡수를 위해 약을 먹고 한 시간쯤 뒤에 아침을 먹는다. 대부분 학교에 출근해서이다.)
옷을 갈아입고 로봇 청소기를 누르고 출근을 한다.
이 사이에 요새 새로 생긴 루틴이 한 가지 있다.
안경을 정성껏 닦는 일이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나빠진 시력이 다시 좋아질 리도 없고
이제 노안까지 심하게 와서(아직 컴퓨터화면을 볼 정도인 것이 다행이다.)
오랫동안 쓰던 안경을 바꿔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으나
적응에 오래 걸리는 나의 눈을 고려하여 버틸 때까지 버텨보자 중이었다.
안경을 정성껏 닦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오늘 할 중요한 일을 생각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그리고 안경을 다시 쓰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루틴이란 일상을 만드는 과정이다.
루틴에서 벗어난 것을 일탈이라 하고, 가끔은 일탈이 주는 해방감도 있다.
주말이나 휴가가 주는 기쁨일게다.
하지만 지나치게 루틴에 집착하게 되면 그것이 오히려 삶을 빡빡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인생에서 모든 것들은 적절한 만큼이라는 양이 있다. 사람마다 그 양은 다르지만...
과학에서 일정 성분비의 법칙이 있듯이
인생에는 일정 루틴의 법칙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