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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사람의 일상 찾기
13화
무언가를 물려받는 다는 것은
엄마가 그립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Mar 19. 2024
나에게는 친정 엄마가 입으시던 옷이 한 벌 있다.
흐릿한 기억으로는 아버지가 일본에서 사다 주신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에는 세무 코트라고 불리었던 진한 밤색 코트이다.
늦은 가을. 키 큰 우리 엄마가 그 옷을 입고서 나의 고등학교 원서 작성 상담을 하러 오셨다.
우리 반 유리창 너머로 걸어오는 엄마를 봤다. 정말 멋졌었다.
그 날 엄마와 상담을 마친 우리 담임 선생님이 나에게 이야기 하셨더랬다.
“넌 아빠를 많이 닮았겠구나.”
어떻게 아셨을지는 나중에 알았다.
매우 이쁜 엄마랑 하나도 안 닮았다는 뜻이라는 걸.
그 코트가 언제부터, 무슨 연유로 내 옷장에 오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1년에 한번쯤은 그 옷을 꺼내 입곤 한다. 내일이 아마도 그날이지 않을까?
친정 엄마가 사준 옷이 한 벌 있다. 치매가 본격적으로 발병하기 직전이었다.
생전 모피라고는 못 사입는 형편의 딸이 안스러우셨는지
거금을 들여서 모피 코트를 하나 사주셨다.
학교에서 수업하면서 모피를 입을 기회는 많지 않았으나
그 모피를 사주시면서 지으셨던 그 눈빛이 아직도 기억나곤 한다.
친정엄마와 시어머님이 물려주신 가방도 하나씩 있다.
둘 다 검정색 손잡이 가방이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들고 가면 어울리는 단정한 가죽가방이지만
두 가방의 모습은 이전 주인을 반영하듯이 닮았다.
친정엄마의 가방은 장식품 하나 없이 심플하다. 모양도 네모반듯하다.
시어머님의 가방은 고리마다 반짝이는 무늬가 있다. 모양은 사다리꼴이다.
친정집에는 친할머니가 사용하시던 나무로 만든 궤짝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곳에 철지난 옷을 보관하곤 했다.
친정 부모님을 보내드리면서 그 궤짝도 어디론가 가서 지금은 없지만
가끔씩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던 나무결이 생각나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부모님의 물건을 하나씩은 물려받아 쓰고 있지만
나는 나의 미래의 며느리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녀의 취향도 모르겠거니와(선물은 현금이 최고라는 생각에 동의한다.)
무엇인가를 물려받아 간직하는 일 또한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일은 잊혀지지 않는 친정엄마의 생일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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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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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사물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고 관심이 오지랖이 되는 극강의 경험을 자주 하는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은 사람. 과학교육,영재교육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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