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첫 일주일
늙지 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8
열 하고도 다섯 번째,
학교에 있는 구성원 모두가 가장 힘든 시기는 개학 첫 주 일 것이다.
긴 방학 기간의 생활과는 다르게
바쁘고, 계속 새로운 일이 생기고, 많이 춥고, 쉽게 배가 고파진다.
집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과자가 학교에서는 맛나고 기운찬 간식이 된다.
조금씩 새로운 음식을 해먹는 것을 즐겨하는 나도
이번 주는 꼼짝 못하고 학교-집-학교만 왔다갔다하고는 기절하는 날들을 보냈다.
그 좋아하던 시장 구경 놀이도 못한 채로 말이다.
금요일 퇴근 후, 아픈 발가락을 끌고 주민 센터 볼 일까지 마치고는
버스 정류장 옆 채소 가게에서 대파와 호박 그리고 깻잎을 샀다.
뿌리 부분은 잘라서 물에 담가 대파 화분을 만들어 놓고(파테크의 일종인데 여러번까지는 아랫 부분이 물러져서 쉽지 않다)
삼각지 어느 식당에서 처음 먹어본 대파 김치를 조금 담고 남은 대파는 소분해두었다.
대파를 소분해두면 2주일은 든든한 마음이 든다. 마치 김장을 담거나 쌀을 사둔 것과 같다.
파가 조금 들어가면 음식은 향과 맛이 달라진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면 다른 음식 본연의 향과 맛을 느끼지 못하게도 된다.
뭐든지 과한 것은 모자란 것보다도 못하다는 것을 식물을 키워보고 알게되었다.
식물을 제일 힘들게 하는 것은 물이 부족한 것보다 물이 넘치는 것이었다.
자식에게도 마찬가지라고 믿고 싶다.
과한 애정을 쏟는 것보다는 적당한 거리두기.
과한 돈을 주는 것보다는 적당한 재정적 모자람을 부여하는 것.
과하게 무언가를 줄 수 없는 나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다.
애호박은 1/3만 잘라서 채를 썰어 파와 함께 달달 볶아주었다.
거기에 닭가슴살을 구워 올리고 스테이크소스를 한 방울 투여했더니
유행하는 포케랑 비슷해보였고 깻잎 5장을 잘 씻어서 쌈까지 싸먹었더니
맛과 함께 힘든 한 주일을 잘 버텼다는 마음의 위안까지 생겼다.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먹으면서 철학적인 생각까지 함께 한 저녁.
일상은 이렇게나 복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