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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121

나의 수업 이야기는 계속될 예정이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나에게 더 이상의 공식적인 과학 수업은 아마도 없을테니

앞으로 수업 이야기를 적을 일도 없을것인가에 대해 잠시 고민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올해 수업을 주로 적은 것이므로

나의 이전 수업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계속 적으면 되겠다 싶었다.

나에게는 치매 예방과 추억 돌려보기용으로

후배 교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이야기로

그리고 학생이나 학부모님들에게는 수업과 학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이야기였으면

하는 작은 소망으로 말이다.


오늘 새벽 꿈에서부터 나는 교육과정 공부를 시작했다. 왜 그러는 것일까?

올해부터 2022 개정교육과정이 도입된다.

물론 첫해이므로 중1, 고1부터 해당된다.

따라서 올해 중1이나 고1 수업 담당 선생님은 일부 단원은 변경되어서(대부분 학년 순서 변동이 주된 것이고 교과서 내용 일부가 교체된 수준이기는 하다. 완전히 180도 바뀌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수업 준비에 들어가야 하므로 교사에게 1학년은 기피 학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을 다시 먹는다면 어차피 해야할 것인데

첫 해에 용감하게 공부하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 이건 나의 스타일이다.

올해 고1이 되는 학생들은 재수생의 부담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

수능 체제도 개편되어서 재수생이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일 일반계 고등학교 배정 학교 발표일을 앞두고 있는 예비 고1들 모두 화이팅이다.


정년 퇴직을 앞두고 마음 먹은 것이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기간제 교사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과학과 특히 지구과학 전공은 기간제 자리가 많이 필요하다.

사람을 못구해서 매년 2월에는 모든 학교가 비상일 지경이다.

아무리 그렇더래도 내가 기간제교사를 간다면

그 학교의 다른 선생님들께 누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기간제 교사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주위에 못을 박았었다.(실제로 벌써 제의가 온 학교도 있었다만 정중하게 거절하였다.)

중학교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해봤다.

전국 성취도 평가 문항 출제, 전국단위 영재 선발고사 문항 출제 및 검토, 교과서 제작, 개정 교육과정 협의, 교육과정 내 평가문항 제작, 최저학력 기준 보충 문항 검토, 임용고사 수업 시연 및 면접 위원 등등 과학 교과 수업 관련 활동은 모두 다 해본 것 같다.

중학교 교사이므로 수능 출제는 물론 못해봤다만...


이런 내가 그래도 1%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영재고나 과학고 수업이다.

나의 세부 전공도 그렇고 성향과도 맞는다.

우수한 학생들과의 수업은 항상 긴장도 되고 그만큼 많은 수업 준비가 필요하지만

그 과정이

나에게는 엔돌핀의 분출구이고

최상의 기쁨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고1은 통합과학과 과학탐구실험을 배우게 되고 통합과학 내용은 수능에도 반영이 된다.

오늘 아침 그 내용을 살펴보니(내가 왜 그것을 살펴보고 있는 것일까? 습관이다.)

중학교 내용에다가 약간의 업그레이드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

중학교 내용을 충실이 수행한 학생이라면

수업 내용 따라가기가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듯 하다.


새로 정비된 고등학교 1학년의 통합과학과 과학탐구실험 중 나의 성향과 더 맞는 것은 실험수업이다.

따라서 1% 가능성이 있다면

나는 과학고의 1학년 과학탐구실험교과지도를 희망한다.(과학고 교육과정은 다르다. 비슷한 맥락의 강의를 희망한다는 뜻이다.)

실험은 준비를 철저히 해도 무언가 변수가 나올 수 있다.

그래서 골치가 아프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지만

그 변수를 해결해내는 과정과

어떤 점이 변수로 작용하였는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찾아보는 그 과정이

진짜 과학(?)을 하는 과정과 매우 비슷하다.

내가 이론보다도 실험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아마도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들도 대부분 이런 느낌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오늘도 이땅에 많은 예비 과학자들은

실험을 하고 싶어하고 좋아라 할 것이다.

그것을 함께하는 일은 기분좋고 의미있고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일이 될 것이다.


위 사진 속의 꽃들은 모두 같은 날 같은 조건에서

동일한 종류의 메스실린더에 놓여진 것이다.

처음에는 비슷했지만 어떤 것은 먼저 시들고

어떤 것은 꽤 오랫동아 버텼다.

그 차이는 무엇때문일까?

이런 사소한 궁금증이 과학을 발전시킨다.

참신한 의문과 좋은 질문이

어느 영역에서이건 발전의 기본이다.


(과학자는 옳은 답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하는 사람이라했다.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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