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마냥 행복할거라고 생각했었다.
선배 퇴직자들의 말을 빌면 내가 교사였다는 사실을 잊는데는 6개월이면 충분하다고들 하였다.
그 말을 뒤집어보면 앞으로 6개월 정도는 교사였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지낼 거라는 뜻이다.
6개월이면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기간이다.
생각이 더 이상 안나기 전에 과학 교사로서의 많은 이야기를 남겨야한다는 의무감이 드는 오후이다.
오늘은 훌륭한 후배 지구과학 교사들과의 점심 약속이 있는 날이다.
굳이 먼 이 곳까지 찾아와준다고 하니 고마울 따름이다.
아침에 결단을 내려 마일리지로 3월 4일 제주행 비행기표를 티켓팅하고
일사천리로 봐두었던 숙소도 찜하고 나니
이제 작은 사이즈의 캐리어만 사면 되는데
마침 약속 장소가 대형 마트와 백화점 옆이다.
마음에 쏙 드는게 있으면 사고 아니면 안사면 된다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좋아라 하는 작은 도너츠 하나를 물고(여기는 11시 이전에 사면 도너츠 하나를 더 준다.)
대형마트를 한 바퀴 돌았고(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었다.)
백화점을 한바퀴 돌았더니 마침 가격과 디자인과 크기가 마음에 드는 것이 있었다.
앞으로 이 캐리어로 2박 3일의 짧은 여행을 함께하면 될 것 같다.
나의 컨디션이나 성향으로 볼 때 어디든 2박 3일이 제격이다.
이제 제주 볼거리나 맛집을 3월 4일 비행기 탈 때까지 틈틈이 검색해보면 되겠다.
멀리 와준 후배들과 거하고 맛난 음식을 먹었는데
(분명 고깃집인데 회부터 우럭까지 나오는 신기한 한정식이다.)
그러나 그 음식보다 더 좋았던 것은 수업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나는 늘 수업 이야기를 좋아라한다.
마침 오늘 만난 그들도 그렇다.
올해 그들이 학습공동체에서 연구할 내용도 이야기해보고
(AI 로 서술형 평가를 해보겠다고 한다.
시대에 앞서가는 멋진 주제이다.
지구과학 교사와 정보교사가 함께 융합하여 연구를 진행해보겠다고 한다. 역시 멋지다.)
고등학교 지구과학 수업에서의 어려움도 나누고
생활과학 과목과 과학탐구 수업의 주제와 특이 사항도 이야기하고
각자 가지고 있는 자료도 적극 공유하는 이런 모임을 나는 좋아라 한다.
그리고 꼭 진행해야하는 교과별 생태전환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마침 내일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사들에게 그 분야에 대해 연수를 해야하는 나이기에
미리 사전 안내라고 생각하고 몇가지 팁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는 요즈음 나의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 자꾸 올라오는 내 눈길을 잡아끄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위 사진에 올린 것이다.(무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해양 생물들은 물에서 우아하게 수영만 하면서 지낼 것 같았는데
자신의 몸 표면에 자꾸 달라붙어서 자라는
따개비, 조개 이딴 것들이 있나보다.
누가 보면 공생이라 할지 모르지만
사실 고래 입장에서는 따개비에게 얻는게 하나도 없어보인다.
피부만 나빠지고 몸체는 더욱 무거워지고
아마도 몹시 가렵고 힘들 것이다.
해양 생물 보호 단체 등에서 이런 고래 몸에 붙은 부착생물들을 없애주는 활동을 하는 모양인데
어서 떼어달라는 듯 눈을 껌뻑이면서 가만히 있는 고래의 눈이 슬프고 안타깝고
부착생물을 다 떼고 나면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그 표정이 보인다.
원래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인데 내가 몰랐던 것인지
기후변화로 더욱 이런 일이 심해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만(탐구가 필요하다.)
멸종위기 동물 및 생태계 보존 등의 활동에서 충분히 다룰만한 내용인 것 같다.
이렇게 새롭고 이야기할 거리가 있는 주제를 찾는 것을 좋아라한다. 천상 과학 교사 체질이다.
내일 연수는 ZOOM 으로 진행된다.
우리학교 사례를 중심으로 쉽게 생태전환교육에 입문하게 만드는 것이 연수의 목표이다.
원래 잘하는 강의는 쉬운 법이다.
어려운 내용은 의지가 있는 사람이 찾아가면서 알아가면 된다.
연수를 들은 선생님들 중에
올해 이런 일을 나도 한번 우리 생들과 함께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만 한다면 나의 연수는 성공이다.
우리학교 녹색기후상 수상 이유를 해당기관에서
심사 후 보도 자료에 적어놓은 것을 옮겨본다.
[우수상 (교육 부문) : 서울**중학교 도시농부+융합과학 동아리
중학생의 시기적 특성 및 인지발달과정을 적절히 고려하여 맞춤형 활동을 구상한 노력이 우수하였다.
작물 재배 활동과 플리마켓 등의 시장 활동을 통해 기후환경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낸 점이 창의적이라고 평가하였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다. 단, 시간은 조금 걸린다.
우리학교도 3년간의 사례를 모아서 상을 받게 되는 것이다.
어떤 것은 3년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