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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맙고 감사한 하루

하루에 친정과 시댁 모두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제는 제자들과의 맛난 음식과 수다와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보낸 저녁이었다면

오늘 아침은 친정 식구들과의 시간이었다.

오랫동안 아파서 꼼짝 할 수 없는 동생과 눈을 맞추고(분명 내가 왔다간 것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제부와 간병인 여사님의 수고에 감사함을 표했다.

동생이 끔찍하게도 이뼈하던 강아지와도 교감을 나누었다.

어쩌면 동생의 아파하는 것을 낱낱이 본 것이

강아지 칸초일 것이고

누워만 있는 동생의 모습에 함께 가슴아파하면서 지금도 동생을 지키고 있을지 모른다.

아침은 막내 동생네가 준비한 브런치를 먹었다.

이쁜 컵에 담아준 커피와 잼과 스크램블에그 넣은 식빵 먹는 것도

약간의 키가 큰 것같고 운동 열심히해서 날씬해진 조카 녀석 보는 것도 흐뭇하기만 하다.


점심은 1년에 몇 번 되지 않는 시댁 모임이다.

2월말의 시아버님 기일과 3월 중순의 시어머님 생신 모임을 오늘 점심 한번으로 갈음하기로 했었다.

시아버님이 계시는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제례실에서

내가 사간 미니 떡 3종 세트(아버님이 좋아하시던 인절미와 송편, 그리고 절편)과 귤, 감

그리고 차 한잔을 올리고 모두 함께 절을 했다.

아버님은 생전에 믹스 커피를 좋아하셨는데

무심한 남편이 커피 대신 생강차를 들고 왔다.

(나보러 챙겨오라했으면 가져갔을 것인데)

그리고는 유골함이 모셔져 있는 납골당으로 가서 인사를 하였다.

언제 와 보아도 동작동 국립현충원은 관리가 잘 되어 있고 매번 참배객들도 많다.

아마 벚꽃이 피는 계절에는 놀러오거나 산책삼아 들리시는 분들도 꽤 있을 것이다.

내일은 다시 이천호국원에 친정아버지 이장 관련 문의 전화를 해봐야겠다.

늦어도 너무 늦어진다. 아무리 일손이 딸린다고 해고 이건 아니다.

작년 10월에 신청했는데 계절이 두 번 바뀌려 하고 있다.

큰 소리로 민원을 제기해야 하나 살짝 고민해보아야 겠다.


큰 형님댁 근처의 불고기 식당에서 대가족의 점심을 먹었다.

특히 아가씨네 댁 10개월된 손주가 첫 번째 공식 모임에 참석하여 인기 절정을 누렸다.

방긋방긋 잘 웃고 혓바닥도 가끔씩 내밀어 주고 주변을 신기하게 살펴보는 모습이 천사가 따로 없었다.

10개월간 키우느라 고생한 엄마, 아빠에게도 고생했다는 말을 건네고

다음 주에 취업으로 인해 일본으로 출국하는 조카와

오랜 외국 취업 생활 중 잠시 휴가를 받아 귀국한 조카에게도 축하와 격려를 보냈다.

북적북적한 축제의 날이 되어서 시어머님께서 엄청 좋아하셨다.

물론 외국 출장으로 빠진 장손, 우리 아들을 못봐서 섭섭하다 셨지만 말이다.


나는 남편에 대해서는 섭섭한 일이 무지무지 많지만(하루나 글 한편으로는 다할 수가 없다.)

시댁 구성원들에게는 불평할 일이 그다지 없었다.

나에게 딱히 뭐라 뭐라 불평한 이야기도 별로 듣지 못했다.

(결혼 직후에 시어머님께 혼난 적은 몇 번 있다만)

오히려 직장다니고 육아하느라 내가 힘들다고 배려해주라는 이야기만 많이 들었다.

그 이야기는 감사하다는 이야기와 통한다.

기본적으로 시댁 식구들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고 무던하고 착하다.

형제들끼리 한번도 싸운 적이 없다는 이야기가 시어머님의 자랑 첫 번째이다.

매일 동생들과 사소한 것으로 투닥거린 내 경험으로 보면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개인별 성향도 그렇지만

딸, 아들, 딸, 아들 순서가 그런 일에 적용되었을 수도 있겠다 생각도 들긴 한다.


아무튼 남편이 먹지 않는 불고기를 엄청 먹었고

(근래 가장 많이 먹은 식사였다.)

남편 몫의 반찬 세 팩을 주고(새로 산 그릇에 답았다.)

내가 그렇게도 희망하던 배추김치 큰 팩을 받았고

오랜만에 운전 기능을 연습했으며(나에게 차선을 양보해준 옆 차들에게 감사한다.)

하룻만에 서늘하게 급변한 날씨를 경험한 하루였다.

그래도 오래된 내 동생네 아파트 담벼락에는

위 사진속의 보라색 자잘자잘한 꽃들이 피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와 오랜만에 낮잠을 자고

운좋게 TV 중계 끝에 잡힌 아들 녀석을 화면으로 잠시보고

(톡으로 노로바이러스는 나아졌으나 날씨와 기타 등으로 힘들다했다. 살이 빠져올 것 같다. 내일 저녁에 비행기를 타니 푹 자라했다. 돈 벌기가 그리 쉬운게 아니다.)

고양이 설이와 뒹굴 뒹굴거리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오늘 하루.

나를 스쳐간 누군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많은 사람들에게 참 고맙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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