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이 질문이 내 우울감의 핵심이다.
아마도 어르신이 되는 경로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거쳐가는 단계의 질문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불꽃야구>에 빠지게 된 근본 시작일 것이다.
당대의 야구 선수가 은퇴를 하게 된다.
물론 자발적인 선택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나이가 들고 부상이 잦아지고 체력이나 실력이 떨어지면서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이제 그만둬야하나 말아야하나를 엄청 고민한 끝에 내린 타의에 의한 선택일 수 있다.
나와는 물론 차이가 있다.
나는 할만큼 했고 나이가 되어서 나온 것이지만
그래도 아직 한 3년간은 할 수 있다는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그들도 오랫동안 야구를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도 한 3년은 하고 싶은 것일게다.
<불꽃야구> 중간 중간에 이런 아쉬움을 지나가는 말로 한 마디씩 툭툭 던진다.
잘하던 동작이 안되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 장면도 종종 나온다.
그 장면 아래로 너무나도 아련한 BGM까지 깔리면
그 때 나의 그 아픈 부분을 톡톡 건드리게 된다.
오늘은 레전드로 손꼽히던 저 캡쳐 화면 속의 한 선수의 인터뷰 중에서
<점점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는 문구에 내 처지가 대입되면서 울컥했다.
은퇴 몇 개월이 지나 겨울 훈련을 위해 외국으로 나가는 옛 동료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나도 3월 정신없이 바쁠 학교를 떠올리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지금도 등하교하는 학생들을 볼 때나 학교 주변을 지나가노라면 문득 문득 그런 생각의 늪에 빠지곤 한다.
어르신 생활 입문 중 정신 승리를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일을 찾는 것이라 생각하여 부지런하게 아르바이트 거리를 찾아보고 있다.
일단 집중할 일이 있으면 잡생각이 나지 않게 되어있다.
잠도 잘 자고 먹는 것도 잘 먹게 되어 있다.
이런 규칙적인 생활이 늙고 아픈 것도 막아준다.
적당한 일이 최고이다.
다른 방법 중 하나는 나의 실력과 역량이 가급적 느리게 녹슬게 만드는 것이다.
이른바 저속노화이다. 식단만 그런 것이 있는 것이 아닐게다.
그래서 매일 두 편 이상의 브런치를 쓰고(한글 파일 작성 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비결이다.)
후배들과의 교류에 힘을 쓰며(후배들에게 요즈음 연구나 수업 방법 추세를 배우는 것이 창피한 것이 절대 아니다.)
체력이 있어야 정신력이 유지된다고 굳게 믿고 가급적 걸어다니는 시간을 꼭 확보하려 한다.(그래도 다리가 무겁기는 해서 지하철에서나 버스에서는 좌석에 앉아가는 것을 희망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는 지금 내 정신 건강 유지의 최선의 방법은 덕질이다.
물론 내 심정과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있다고 생각하는 <불꽃야구> 이다.
요즈음 힘든 상황과 맞물려서 더더욱 아련한 마음 뿐이다.
어르신들이 왜 트롯 가수에 열광하고 콘서트를 찾아가고 풍선을 흔들어대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나도 <불꽃야구> 직관을 찾아가고 클리퍼를 두드리며 응원을 하고
월요일 저녁 8시의 유튜브 동시접속자수에 포함되고 어제 발매한 테마곡 음원을 구입하였으니까 말이다.
다음 번 직관일을 기다린다.
유니폼도 사고 김성근 감독님 이름도 마킹하고
나름의 돈벼락을 맞게 해줄 시간이 오기를 하루 하루 전력을 다하면서 기다리는 중이다.
이런 나를 보고 한심하다는 듯 비웃지는 말아줬음 좋겠다.
오늘 아들 녀석은 <찐 오타쿠 인정> 이라는 톡을 남겼다.
노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음주가무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나름 건전한 덕질이라고 자부해본다.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자괴감과 우울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보다는 백번 천번 나은 것이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