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인내하고 기다려야 한다.
지난 주 토요일 오후 건장한 중학교 남학생들 대상의 영재원 수업을 네시간 진행했었다.
그들은 막 점심을 먹고 난 다음이었으니 식곤증이 몰려오기도 할 상황이었고 날씨가 조금 덥기도 했으니
에어컨을 세게 틀고 싶어했다.
나는 그런 상황에 대비해서 물론 옷을 든든하게 입고 머플러도 목에 두르고 갔었다만
세시간이 지나갈때쯤부터 목이 잠겨져가는 것을 느꼈었고
아니나 다를까 잠에서부터 목이 칼칼하고 가래가 생기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집에 있던 기침약을 재빨리 먹었고 다행히 열이 나가서 더 심한 상태로는 번지지 않았고
마침 병원에 혈압약 타러갈 기회가 있어서
주사도 맞았고 약도 받아와서 먹고 있는 중이지만
아직 산뜻하게 백프로 낫지는 않았다.
나았으려니 하다보면 에어컨 켜둔 장소에 다시 들어가게 되고 그러면 다시 잔기침이 난다.
그리고는 자려고 누우면 기침과 가래가 다시 조금 심해지는 증상의 반복이다.
감기란 약 안 먹어도 일주일, 약 먹어도 일주일이란 우스개 소리가 맞나보다.
적어도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소요되어야 하나보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나의 실수나 잘못을 잊어버리는데도 필요한 최소의 시간 단위이다.
아무리 사소한 실수라 하더라도 그것을 완전하게 인정하고 잊고(백퍼 잊게 되지는 않는다만)
다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아야지 하는 마음을 굳게 먹고 다시 의지를 다지는데는 일주일은 걸린다.
어제는 SRT 와 KTX를 직접 내가 티켓팅해서 탑승한 날이었는데
(그 이전에는 다른 사람과 함께여서 티켓팅을 해준 지인이 나에게 선물하기 기능으로 보내줬었다.)
나는 내가 두 기관의 회원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당연히 직관적이지 않은 비회원으로 티켓 구입과 살펴보기에 어려움을 겪었었는데
두 곳 모두 이미 회원가입이 되어 있다는 것은 돌아오는 길에서야 알았다.
(도대체 언제 회원가입을 한 것이냐? 알림톡도 깔려 있더라.)
다소 충격적이었다.
물론 비회원이라고 더 비싸게 티켓팅을 한 것은 아니어서 그나마 덜 아팠지
만약에 회원 할인가였던 것이었다면 머리를 쥐어박을뻔 했다.
문서를 꼼꼼히 보지 않는 실수가 반복된다.
물론 예전에는 통찰로 한번에 다 알았던 것이었다.
내 머릿속에 나도 모르는 미로가 생기고 숨박꼭질이 시작되고 있는 듯도 하다.
이런 아픔을 또 잊어버리려면 아마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잊지말고 잘 챙기자는 다짐이 더 우선이다.
어제부터는 현지 시간으로 지금 열리고 있는 세계여자프로골프 메이저 대회인
<U.S 오픈> 골프 경기 중계를 보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나름 골프를 쳐봤지만 보기만해도 어려워보이는 곳이다.
한 홀의 어디가 경계인지 알 수도 없고
평지라고는 별로 보이지 않는 오르막 내리막 경사도가 구불구불하며
무시무시한 벙커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그 어려운 곳을 어떻게 공략하는가의 계획과 노하우는 선수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이런 어려운 코스를 대하는 사람들의 기본 생각은 비슷할 듯 하다.
리스크가 가장 적은 곳으로 가자. 피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자. 그리고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자.
그렇게 버티고 버티면서 경기 중인 우리나라 선수들을 응원한다.
가끔 정상급 선수들인데도 짧은 거리의 퍼트를 놓쳐서 우승을 놓치는 경기를 보곤한다.
그 충격이란 말로 할 수 없을 듯 하다.
그것은 아무리 강한 멘탈이라도 일주일 가지고는 회복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일주일이 지나면 숨이 좀 쉬어지지 않을까?
일주일이란 그렇게 마음을 다잡는데 필요한 최소 단위가 된다.
그러니 아직 일주일이 지나가지 않은 일은 마음이 많이 아플 것이 분명하다.
위로를 받아도 받지 않아도 일주일은 많이 아프다.
감기가 아니라 독감인셈이다.
매주 독감에 걸리는것보다 더한 아픔을 겪고 있는
나의 <불꽃야구> 제작사 관계자들에게
작은 위로를 보낸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도울 수 있는 힘이 없어서 더더욱 안타깝고 화나고 안스러울 따름이다.
그래도 월요일은 다시 돌아올 것이고
지치지 않고 우리의 새 방송이 무사히 업로드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