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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는 왜 그럴까?

보고 있을수록 궁금증이 더 생긴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우리 집 고양이 설이와는 5년째 동행중이지만

아직도 나는 그녀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들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동물을 어떻게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겠냐만은

서로가 알아듣는다고 믿을 뿐이지만

내가 답답할 때 아마 설이도 답답할 것이라 생각할 뿐이다. 눈빛이 그렇다.


우선 새벽잠이 하나도 없다.

낮에도 시도 때도 없이 자는 모습이기는 하지만(엎드려만 있는 것일수도 있다만.)

초저녁이나 밤에 자는 형태와 낮의 형태는 다르다.

머리를 뒤로 돌리고 잔다. 낮에는 그런 법이 없다.

밤에는 코도 돌면서 잔다.

내가 코골이 소리라고 느끼는 그 소리가 꽤 크다.

낮에는 그런 소리를 내고 자지는 않더라.

낮에는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깨는데 밤에는

제법 소리가 나도 모른 척 자더라.

그런데 새벽에는 도대체 내가 조금 돌아눕는 소리만 나도 벼락같이 뛰어온다.

그리고는 이제 일어나라는 듯이 자신의 얼굴을 비벼대고 엉덩이를 들쳐댄다.

젊은 사람이라면 엄청 힘들 것이다.

그래서 아들 녀석은 방문을 열어주지 않나보다.

내 나이에도 새벽에 일어나라는 지청구는 힘든데 말이다.


우리 설이는 나와 닮아서 소식가이다.

그렇지만 결코 먹을 것을 싫어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나름 미식가이다.

먹을 것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절대 새로운 먹을 것에 성급하게 도전하지 않는다.

요리 저리 냄새를 맡아보고 모양새도 보고 자신만의 탐구와 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나서

까다로운 합격점을 받게 되는 것만 조금씩 먹어본다.

츄르라고 해서 모두 다 무조건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츄르 중에서도 어떤 것은 혓바닥만 대볼 뿐

안 먹는 것도 종종 있다.

평소 좋아하는 열빙어 특식도 어떤 날은 손도 안대는 날이 있다.(배탈이 난 것일까?)

그런데 나는 그런 음식에 대한 까다로움이 나와 닮은 점인 것 같아 조금은 기쁘다.

아무거나 마구 주워먹는 그런 스타일은 딱 질색이다.


고양이는 벌레를 무서워하나?

그 무섭고 제법 커다란 쥐를 잡는 것이 고양이 아닌가?

우리 집 설이는 어쩌다가 날아다니는 아주 작은 벌레가 집에 들어오면 난리 법석이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낸다.

바로 앞에 날지도 못하고 떨어져 있는 벌레를

나를 가끔 할키는 그 앞발로 톡 치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그것을 안하고는 나를 쳐다보면서 끙끙 거리기만 한다.

살생을 싫어하는 자비로운 마음은 알겠는데

왜 그 벌레를 나에게 치워달라는 듯이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는 것이냐?

예전의 용맹스러웠던 고양이의 야생성이 아예 발현이 되지 않는 것인지

철저하게 숨어 있는 것인지 그것은 알 수 없으나

아니면 본인이 집을 지키는 강아지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창밖을 내다보는 전방주시만 엄청 하는 중이다.

물론 실내에만 있으니 설이의 야외에서의 생활은 짐작하기 어렵다만(자기도 모르고 있을 수 있다.)

크지 않은 공간인 집안을 쉴새없이 돌아다니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 꾾임없이 신기해하며

자신만의 루틴과 시간이 존재하는 것은 그간의

내 관찰 데이터에 의하면 확실하다.


반려동물이 주인과 닮는다는 말은 사실인가? 사실이었으면 좋겠다.

내 눈의 설이는 조금은 이해하기 어렵고 까다롭지만 엄청 사랑스럽기만 하다.

그 옛날 내가 한때 사랑했던 고양이 키티의 (스누피 다음으로 좋아했었다.)

다양한 디자인 보다도 훨씬 더 귀엽고 사랑스럽다.

사진은 키티 젤리이다. 옛 생각에 하나 집어들었다.


(오늘은 양평 나들이가 있어서 글을 빨리 쓰고 나가보려 한다.

더위가 오기전에 나들이를 마쳐야 한다.

것이 나이든 사람이 움직이는 방법이다.)


어젯밤 내 침대 옆에 설이가 엄청 좋아라하는

아들 녀석의 회전 의자를 딱 붙여놓았더니

오늘 새벽 다섯시까지는 그곳에서 꼼짝않고 자더라.

새벽에 깨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지도 않고.

그렇다면 회전 의자의 푹신함 때문인가,

내 옆자리에 딱 붙여놓은 위치 때문인가?

실험을 하고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라도

그 결과 분석에 매진해야지

실험 결과를 무시하거나 삭제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단 한번의 실험 결과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몇 번 더 시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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