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다 오감

by 해나



바다를


보고

듣고

맡고

만지고

먹으며


.

.

.


살았다.






나의 첫 비밀 친구, 바다.



어릴 적 우리 집 대문을 열고 나서면

하나, 둘, 셋....

열 다섯 걸음 안에 바다가 들어왔습니다.


자라면서도

늘 집에서 바다의 거리를 걸음 재곤 했습니다.


점점 짧아지는 걸음 수에

신이 나

열 걸음 안에 바다에 닿고 싶어

다리를 쭉쭉 늘이며 재기도 했었지요.


사실

2층 바다로 난 제 방의 창을 열기만 해도

온통 바다였습니다.


아침이면

갈매기소리, 파도 소리,

비릿한 냄새가 저를 깨웠고


그 창으로 해가 떴고 그 창으로 달이 오갔습니다.


바다는 제게

언제든 노크하지 않는 친구였습니다.


그렇게 19년을 바다와 살았으니

제 모든 감각은

어쩌면 바다가 만들어준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후로

아주 오랫동안

바다를 떠나 살면서도


휘청이는 마음을 따라 바다에 갔습니다.

좋아 죽을 듯한 때에도 바다에 갔습니다.

아파 살아야 할 때에도 바다에 갔습니다.


가끔

내 안에 일렁이는 바다 빛이 하얘지는 것이

내 안의 바다도 나이를 먹는 것이 두렵습니다.



지금처럼

온통

바다로 채워지는 시간


나는 다시 꿈꾸는 소녀가 됩니다.



keyword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