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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진미 Oct 09. 2022

문학의 유행 vs 음악의 유행

[고전문학-with 클래식]정석가, 서경별곡, 그리고 터키풍(風)의 음악

고전문학과 클래식!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모든 삶에는 함께하고 또 거기에 따라가려는 본능이 있나 봅니다. 예술도 예외가 아니고 유명인도 예외가 아닙니다. 정석가와 서경별곡, 그리고 터키풍의 음악에 대해 알아봅니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 작자 미상, ‘정석가’ <제6연>    

 

고려가요 ‘정석가’의 일부이다. 

이게 고려의 대중가요다 보니 시대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 보니 당대에 유행했던 노래 구절이나 표현이 안 나타날 수가 있으리? 예나 지금이나 사랑 노래를 돋보이게 하는 최고의 말은 ‘임에 대한 믿음(信)’ 아니겠는가. 우리 사랑에 시련이 온다 해도 그대에 대한 내 사랑의 끈이 끊어질 리 없고, 그대와 천년만년 헤어져 있어도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은 언제나 영원불멸이에요. 오늘날 보아도 간지가 철철 흐르는 말 아닌가. 그야말로 내 귀에 캔디 같은 이런 말들은 또 다른 고려가요 ‘서경별곡’에도 떡하니 나타난다.    

  

구슬이 아즐가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끈이야 아즐가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나난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천 년을 아즐가 천 년을 외로이 지낸들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믿음이야 아즐가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나난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 작자 미상, ‘서경별곡’ <제3연>      

    

대세를 따르라! 유행은 아무도 못 말려

어찌 이리 닮은꼴인가? 

하긴 오늘날 가요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라든지, ‘오 베이비’ 하는 구절들이야 심심찮게 등장한다. 표절 개념이 없던 시대이고, 구전 문학으로 이어 오던 그때니까 통째로 저렇게 갖다 쓴들 별 탈이야 있으랴.     


이렇게 당대의 유행은 근엄 진지한 클래식 음악에도 예외는 아니다.

오스만 제국의 유럽 침공으로 18세기경부터 유럽 각지에 터키 군악대가 등장한다. 이에 음악 분야에도 그 영향으로 18~19세기에는 오스트리아 수도 빈을 중심으로 전 유럽에 광범위하게 유행을 한다. 뭐 유행은 전파력 하나만은 알아주니까. 그리하여 터키풍(風)을 도입한 작품이 많은데,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음악의 대가들도 이 유행에 동참하고 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1번(k.331) 제3악장은 작곡가의 지시어까지 딱 적혀 있다. ‘알라 투르크(Alla turca)’, 즉 터키풍으로 연주하라는 것이다.

그 리듬과 성격이 행진곡풍이어서 ‘터키 행진곡’이라고도 하는데, 터키 군악대의 리듬을 특징으로 하는 음악이란다. 음악 평론가들은 음악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으로 터키 행진곡을 꼽기도 한다. 누구나 귀에 익은 아주 유명한 클래식이다. 뜨드든 뜨드든 뜨드든 ♪♪♪     

하이든의 ‘군대 행진곡’ 역시 그 영향이다.

베토벤은 어떨까? 그도 ‘아테네의 폐허’에 같은 이름인 ‘터키 행진곡’을 붙였을 정도라고 하니, 참으로 유행은 아무도 못 말리나 보다. 짱구도 못 말려~~     


*참고 :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1번(k.331) 제3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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