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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진미 Oct 11. 2022

종탑 아래에서 vs 라 캄파넬라

[현대문학-with 클래식] 종탑 아래에서의 라 캄파넬라

현대문학과 클래식!

현대문학에서 제일 인기 있는 단원은 단연 윤흥길의 ‘종탑 아래에서’라는 현대소설입니다. 소년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내용으로, ‘소나기’류의 서울내기 소녀와 순박한 시골 소년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헝가리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쉬움을 달랠 요량으로 나는 얼른 고무신을 벗어 들었다. 여태껏 늘 해 왔던 방식에 따라 나는 바야흐로 저녁 하늘 저 멀리 사라지려는 마지막 종소리를 고무신짝 안에 양껏 퍼 담았다. 그런 다음 잽싸게 고무신짝을 명은이 귓바퀴에 찰싹 붙여 주었다. 그러자 명은이 얼굴에 해맑은 미소가 가득 번져 나기 시작했다. 어미 종은 이미 움직임을 멈추었지만 고무신짝 안에는 새끼 종이 담겨 아직도 작은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 종이 꿀벌처럼 잉잉거리면서 대고 명은이 귀를 간질이고 있을 것이었다. 

- 윤흥길, ‘종탑 아래에서’     


이런 상상을 해본다

딸고만이 아버지가 종을 치는 소리를 듣고 집으로 돌아온 명은은 아쉬운 마음에 유튜브에서 프란츠 리스트의 피아노곡 ‘라 캄파넬라’을 찾았으리라. 

     

이 곡은 리스트가 열렬히 추종하고 존경해왔던 니콜로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3악장(일명 라 캄파넬라)’을 피아노로 편곡한 것인데, 고음에서 나오는 피아노음이 종소리를 닮았다 해서 화제가 된 곡이다. 

     

‘따~단단단!’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인 블랙핑크의 ‘셧 다운(Shut Down)’에 파가니니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 3악장’의 선율을 샘플링(기존의 연주 음원 일부를 그대로 따서 쓰는 기법)해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아 더욱 화제가 되었다.   

  

귓가를 때리는 그 강렬한 바이올린 음악을 리스트가 피아노로 편곡하였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명은은, 들으면 들을수록 종소리에 대한 목마름과 배고픔이 더해졌다. 그래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결국 건호를 찾아가 참으로 어려운 부탁을 하는데.......     


명은이 손을 잡고 신광 교회 돌계단을 오르는 동안 내 온몸은 사뭇 떨렸다. 지레 흥분이 되는지, 아니면 두려움 때문인지 땀에 흠씬 젖은 명은이 손 또한 달달 떨리고 있었다. 명은이가 소원을 이룰 수만 있다면 딸고만이 아버지한테 맞아 죽어도 상관없다고 각오를 다지면서 나는 젖은 빨래를 쥐어짜듯 모자라는 용기를 빨끈 쥐어짰다. 신광 교회는 어둠 속에 고자누룩이 가라앉아 있었다. 이제부터 우리가 저지르려는 엄청난 짓거리에 어울리게끔 주변에 아무런 인기척이 없음을 거듭 확인하고 나서 나는 종탑 가까이 명은이를 잡아끌었다. 괴물처럼 네 개의 긴 다리로 일어선 철제의 종탑이 캄캄한 밤하늘을 향해 우뚝 발돋움을 하고 있었다. 

- 윤흥길, ‘종탑 아래에서’   

  

건호, 드디어 젖은 빨래를 쥐어짜듯 모자라는 용기를 빨끈 쥐어짜겠지

드디어 건호가 소리친다. “그래, 종탑 아래로 가는 거야. 딸고만이 아버지한테 맞아 죽더라도 명은을 위해 종을 울리자.” 

그래, 수업 중인 우리도 그들을 위해 다함께 종을 울려주자.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수업 말미에 ‘라 캄파넬라’를 감상하는 거야. 


손열음이 연주하는 라 캄파넬라

붙임 음악 : 리스트, '라 캄파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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