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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free Jan 25. 2023

평범한 프리랜서의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이유

이유있는 바쁨


행복한 금요일 저녁

나는 저녁 열 시 반, 남편은 열두 시 가까이 되어서 집으로 왔다

우리 부부는 각자 회식이나 모임이 잡혀 있지 않는 한 불금에 영화와 야식을 즐기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이 것이 바쁘고 정신없는 한 주를 살아가는 하나의 원동력이 된다

목요일부터는 여느 직장인들과 비슷한 마음으로 설렌다

그렇다고 주말에 대단한 일정도 없으면서 괜스레 들뜨고 일할 때도 더 힘이 난다



나와 남편 둘 다 출근이 불규칙적인 프리랜서

나는 질 좋은 수면이 중요한 사람이라 평일에는 남편이 오자마자 최대한 빠르게 잠자리에 들기 여념이 없다

하지만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만큼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자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어제 새벽 3시에 잤고 남편은 ufc 영상에 빠져 훨씬 늦게 잤다

느지막이 토요일 오후 열두 시에 눈이 떠졌다

첫 끼를 한 시에 먹고 13평짜리 투룸 빌라에서 나는 침대에 엎드려 이불을 뒤집어쓴 채 글을 쓰고 있고

남편은 거실에서 어떻게 하면 매출을 올릴지 노트북으로 이런저런 궁리를 하고 있다

주말은 말할 것도 없이 빠르게 흐르고 평일 또한 너무 정신없이 빠르게 시간이 흘러간다



선생님, 이번주에 시간이 너무 안 가서 죽는 줄 알았어요



며칠 전 한 회원님이 나에게 말했다

고객관리 차원에서 '공감'이라는 것은 참 중요하기에

"맞아요, 저도 시간이 잘 안 가더라고요"라고 곧잘 대답을 했지만

수업 전 짧은 인사치레 대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는 쉬면 쉬는 대로, 일하면 일하는 대로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무서울 정도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테고

갑자기 궁금해져서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1. 점점 나이를 먹어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살아온 날이 길어짐에 대비하여 현재 지나가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빨리 느껴진다고 하며

그것은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가속도가 붙는 격으로 더 빠르게 체감된다고 한다


아직 만으로 29살이긴 하나 20대 초반보다 나이가 먹었기 때문에 더 빠르게 느껴지는 걸까?

그렇다면 과거에 비해 너무 빠르게 느껴져서 3-40대가 되면 도대체 얼마나 빨라지는 걸까 싶다


순식간에 시간을 이동하는 느낌이 너무 무섭다

예를 들면 요일별로 알람을 설정해놓았는데 매일 일어나서 알람을 끌 때마다

오늘이 벌써 수요일이라고? 어제가 주말 같은데? 이런 느낌 말이다

마치 많은 걸 기억하지 못하고 놓쳐버린 채 시간이 흘러간 것만 같은 공포감이 있다



2. 프리랜서라서

나는 현재 필라테스 강사로서 주 6일 일한다

코로나로 운동센터 휴업이 잦았던 때 제외하고는


그 당시 팬데믹의 파워를 모르고 그저 금방 지나가겠거니 했었다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불안감도 커졌고 심했을 땐 잔고 9천 원이 남아 계란 두 판으로 한 달을 버티기도 했다

정말 생계가 힘들어 다른 일을 알아보려고 했는데 그때 다시금 점차 완화되어 지금까지도 일을 할 수 있었다

 

휴업기간 제외하고 난 항상 7일 내내 일하는 프리랜서였다

온전히 쉬는 날은 없고 수업이 꽉꽉 차 있었다

평일엔 필라테스 수업 주말엔 크로스핏 수업을 했고 남는 시간에는 방문수업도 진행하며 일에 매진하였다

어느 순간 몸이 말을 듣지 않으면서 조금씩 정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귀부터 목부위가 묵직하게 아파 병원에 갔더니 임파선과 갑상선에 염증이 가득 찼다고 한다

나는 회원들의 건강을 만들면서 정작 스스로를 돌보지 않았던 것이다

한번 아파서 그런 걸까 아직도 조금만 무리하여 일을 하면 다음날 임파선이 아프다


정신문제도 한 몫했다

프리랜서 시작한 해부터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불안정한 수입 때문에 불안, 우울증세가 생겼고 이후 일을 많이 줄이게 되었다

당장의 수입보다는 건강이 첫 번째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정신이 불안하면 일에 집중이 안되어서 말도 안 나오고 헛 나오고 그런 나에게 자책감도 들고 악순환의 반복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젠 나름의 매달 수업개수의 상한선을 정해놓았다

프리랜서의 단점으로 꼽는 불규칙한 수입으로 인해 물이 들어온다고 심하게 노를 젓는 경우, 그 물에 휩쓸릴 수도 있다는 것을 프리랜서 2년 차쯤 알게 되었고

4년 차에 접어든 지금, 계속 너무 무리하지 않으려고 스케줄을 나름 분배하는 것은 일할 때 중요하게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이다


결국 이런 일련의 과정으로 인하여 일 많은 프리랜서로서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다

왜냐하면 프리랜서는 일하는 시간이 온전히 100% 일에 매진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3. 강사라는 직업의 특수성

수업을 하는 강사로서 연강의 경우

수업 사이 잠깐 비는 10분의 시간 동안 수업료 결제를 해주거나 동작 관련 질문, 상담, 기구정리, 다음수업 세팅 등 잡다한 업무를 10분 안에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이건 나만의 특수한 환경인데 일하는 센터가 여러 군데에 있다

1호점 옆 3분 거리에 2호점이 있어서 특히 피크타임인 오전, 오후 수업 때는 건물과 건물사이를 뛰어다니며 극한의 시간 맞추기 게임 같은 상황에 매일 놓여있다 보니

집에 오면 몸과 마음이 탈수기에 뺀 티쳐츠마냥 늘어진 채 탈탈 털려있다

그런 불규칙하고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서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은 가장 큰 이유이지 싶다


그밖에 수업 외적으로의 회원관리, 매 수업마다 다른 수업 시퀀스, 자기 관리(필라테스 관련 공부와 운동)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4. 시간이 소중해짐을 알아서

학창 시절엔 시간이 빨리 흘렀으면 했다

빨리 어른이 되어 자유로이 내가 하고픈 것을 다 하고 싶었고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을 내 맘대로 사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를 느꼈고 나태지옥에 빠지려고 할 때마다 '시간이라는 것은 유한한 것'이라는 걸 스스로에게 인지시킨다

남편과 밥 먹는 시간, 친구들과 커피타임, 지금 강사로서 일하고 있는 이 시간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 헛되이 보내지 않고 몰입하게 되면서 시간이 금방 지나간 것처럼 느끼는 듯하다


결국 시간이 더럽게 안 가면 뭐라도 좋으니 바쁘게 움직일 것

그리고 현재 이 시간을 즐기자는 결론이 나왔다


바삐 움직인 나 자신. 오늘만큼은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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